“트럼프 당선 경계”… 비상체제 꾸리는 멕시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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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美 대사-총영사 등 모두 교체… ‘反멕시코’ 등 자국민 차별에 대응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70)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멕시코 정부가 주미 멕시코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미국 내 26개 총영사를 물갈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현재 상황을 ‘트럼프 비상사태(Trump Emergency)’로 규정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자국민 차별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미국 내 26개 총영사관의 수장(首長)을 교체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부임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미겔 바사녜스 주미 멕시코대사를 트럼프의 반(反)멕시코 발언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국에 불러들였다. 후임으로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뉴욕과 샌안토니오,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총영사로 근무한 카를로스 마누엘 사다 솔라나를 임명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신임 주미 대사를 발표하며 “북미지역에서 멕시코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적합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멕시코가 자국 이민자들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한 트럼프에게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경선 기간에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에 비유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경 지역에 멕시코 정부 예산으로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에 대해 대사관이 적절하게 방어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움베르토 로케 비야누에바 멕시코 내무부 차관은 이달 초 현지 신문인 ‘엘 우니베르살’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글로벌 시대에 미국을 중세 시대로 돌려놓으려는 인물”이라고 비난하면서 “멕시코는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에게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대선#트럼프#멕시코#주미대사#반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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