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4도” vs “고립탈출”… 아베-푸틴 동상이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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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치서 비공식 회동… 15일 외교장관회담 등 물밑접촉 활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월 초 러시아 소치를 방문해 미국 등 서방과 불편한 관계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5일 도쿄(東京)에서 만나 정상회담 세부 일정에 정식 합의한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방러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푸틴 대통령의 연내 방일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2012년 12월 총리 취임 이후 10번째가 된다. 아베 총리의 방러도 3회 연속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사이 한 번도 일본을 찾지 않았다. 외교 의전상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 정부는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하는 게 중요하다”며 형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일방적으로 합병한 이후 일본이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양국 관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 그해 5월 푸틴 대통령은 “일본이 동참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일본은 쿠릴 열도 협상도 중단하겠다는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장소를 수도인 모스크바가 아니라 변방인 소치로 정한 것은 러-일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2월에도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방문 계획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

아쉬운 쪽은 일본이다. 아베 총리는 취임 이후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북방4도(러시아명 쿠릴4도·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잇는 열도 중 4개 섬)를 돌려받기 위한 집념으로 대러 외교를 직접 챙겼다.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아직 양국 사이에 체결되지 않은 평화협정도 영토 분쟁 문제와 직결돼 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 러시아와의 영토 문제를 진전시키겠다고 국민들에게 여러 차례 약속했다.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12일 일본 교도통신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2001년 당시 러-일 정상이 확인한 ‘이르쿠츠크 성명’(북방4도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을 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방4도 문제는 이미 끝난 얘기’라는 태도로 일관해온 기존 자세에서 크게 유연해진 것으로 일본 쪽에서 회담을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러시아 끌어안기’는 대중(對中) 견제도 염두에 둔 전략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날로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강한 해군력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일본의 도움을 받아 미국 주도의 국제 고립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때마침 5월 일본 미에(三重) 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다. 소치 정상회담에서 얘기가 잘된다면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가 러시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문구가 포함된 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G7 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러시아가 G7 정상회의를 제재 완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 소치 회담에서 영토 문제 등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눈치다.

러시아는 또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나리시킨 하원의장이 6월 도쿄를 찾을 때 원폭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핵 피폭국인 일본은 핵보유국 지도자들의 히로시마 방문을 환영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1일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데 이어 5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이곳을 찾을 방침이어서 맞대응 차원에서 하원의장의 히로시마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관련 논의가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나리시킨 하원의장은 히로시마 방문 때 1945년 원폭 투하 직후 주일본 소련대사관이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일본 측에 기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소치#아베#푸틴#외교장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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