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테러 주범 체포 4일만에… 출근시간대 노려 ‘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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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공항-지하철역 연쇄테러]

22일 오후(현지 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주요 도로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도심 전체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폭탄 테러가 발생한 말베이크 역 부근에는 음식점과 쇼핑센터, 빵집까지 모두 문을 닫았다. 말베이크 역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삼성전자 박동식 부장은 “폭발 이후 창밖을 내려다보니 인도에 커버로 뒤덮은 사망자들과 수많은 부상자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파리 테러에 이어 4개월 만에 유럽이 또다시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벨기에 당국과 언론은 이번 테러 공격이 지난해 파리 테러의 주범이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인 살라 압데슬람(26)을 체포한 데 대한 ‘보복 테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테러범 일부가 현장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의심 가는 장소들을 상대로 가택 수색을 벌이고 있다.

○ 러시아워를 노린 참혹한 테러

이날 오전 8시 무렵 브뤼셀(자벤템) 공항 출국장 내 ‘SN 브뤼셀 에어라인’과 ‘아메리칸 에어라인’ 창구 인근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하면서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첫 폭발은 중량 초과 수하물에 대한 추가 비용을 내는 곳에서, 두 번째 폭발은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몰려 있던 스타벅스 카페에서 일어났다. 강력한 폭발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유리창이 산산이 깨졌다. 천장이 무너지면서 건축자재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공항 이용객 수백 명이 폭발 직후 공포에 질려 도망쳐 나오고, 피를 흘린 채 치료를 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확산됐다.

폭발 당시 출국장에 있던 스카이뉴스 기자 알렉스 로 씨는 “폭발음을 들었을 때 빌딩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엘리베이터에 핏자국이 가득했으며 다수의 부상자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첫 폭발로부터 1시간 10여 분 뒤인 오전 9시 11분경 유럽연합(EU) 본부에서 가까운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도 폭발이 일어나 최소 20명이 숨졌다. 얼굴에 피를 흘린 승객 알렉산드르 브란스 씨(32)는 AP통신에 “지하철이 말베이크 역에서 슈만 역으로 향하던 중에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며 “지하철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벨기에 당국에 따르면 3량짜리 열차가 말베이크 역을 출발할 때 폭탄이 터졌다. 가운데 객차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뤼셀 당국은 폭발 직후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즉각 EU 본부 건물을 폐쇄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자택에 머물러 있을 것을 권고했다.

○ IS의 보복 테러 추정

이날 브뤼셀 테러는 ‘11·13 파리 연쇄테러’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이 도주 4개월 만에 체포된 지 4일 만에 발생했다. 또한 IS 폭탄 전문가로 파리 테러에 가담한 공범인 나짐 라크라위가 공개 수배된 상황이기도 하다.

벨기에 벨가 통신은 공항 출국장에서 첫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총성이 먼저 울렸고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아랍어로 외쳤다고 전했다. 이 아랍어 외침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일반적으로 자살 폭탄이나 총격 테러를 벌일 때의 구호인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파리 테러와 유사하게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소프트타깃’형 테러라는 점은 IS가 사건에 연관됐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공항 출국장에선 IS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과 폭발하지 않은 자살폭탄 조끼까지 발견됐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는 테러단체는 나오지 않았으나 IS 지지자들과 관련된 웹사이트들에서는 브뤼셀 테러를 찬양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일부는 ‘브뤼셀이 불에 타고 있다(#Brusselonfire)’는 의미의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브뤼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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