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배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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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인대 티베트 대표단 ‘시 배지’ 2개 달고 참석… 中-홍콩 언론 잇단 보도

집권 4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회의에 일부 대표들이 가슴에 ‘시진핑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7일 중국청년보 등에 따르면 전국인대에 참석 중인 티베트(시짱·西藏) 대표단 전원이 시 주석의 상반신 모습이 담긴 배지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 등 전현직 최고지도자 5명의 얼굴사진을 함께 모아 놓은 또 다른 배지를 가슴에 부착한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에선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다는 것이 일상화돼 있지만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그렇지 않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공식 행사에서 배지 부착이 허용된 것은 오로지 마오쩌둥 배지뿐이었다. 시진핑 배지가 등장했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체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티베트 라싸(拉薩) 시 청관(城關) 구 나진(納金) 현 타마(塔瑪) 촌 제1서기 겸 전국인대 대표인 거쌍줘가(格桑卓알) 씨는 시진핑 배지를 단 이유에 대해 “시 총서기를 지도자로 한 공산당의 노력 덕분에 많은 백성이 실질적인 이득을 봤다”며 “배지를 달아 존경을 표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3년 처음 만났을 때 시 주석이 ‘기층(일선)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요’라고 말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천제런(陳杰人) 상하이정법대 법제신문연구센터 연구원은 “티베트 대표단의 배지 부착은 일종의 시험용”이라며 “시 주석에 대한 충성과 당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티베트 대표단이 배지 2개를 단 이유에 대해선 “(시진핑) 개인숭배라는 비판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 지도부가 배지 부착을 제지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표단들도 이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시진핑 배지’의 등장으로 시 주석의 1인 체제를 뜻하는 ‘시 핵심’이 당의 공식 용어로 등장할지 주목하고 있다. 올 초부터 지방정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시 총서기를 영도(領導) 핵심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천취안궈(陳全國) 티베트 자치구 서기는 “당의 핵심 시진핑 총서기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시 주석이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업무보고 때 박수를 치지 않고 주석단과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 등 엄숙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한 것도 ‘시 핵심’ 관련 움직임을 의식한 행동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절만 해도 ‘핵심’이라는 용어가 최고지도자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덩샤오핑(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에는 핵심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후진타오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으로 표현이 완화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티베트#전국인대#전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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