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일-중-러 5자회담 열어 유엔 대북제재 강력 이행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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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어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이어 미국도 북한 국방위원회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을 특별 제재 대상에 올리는 추가 독자 제재에 착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무모한 핵개발을 포기하고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제재와 압박에 맞서 북은 어제 강원 원산 일대에서 항행금지구역 선포도 하지 않고 단거리 발사체 6발을 동해로 기습 발사했다.

이번 대북 제재가 유엔 7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북의 존립을 좌우할 수 있는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에 이를 정도의 제재엔 애초부터 반대하면서 미중의 초안 합의가 늦어졌고, 그 후 안보리 회람 과정에서 러시아의 몽니로 초안에 들어있던 핵·미사일 관련 금수품과 화학·생물학 무기 제조용 물질 금수품 목록이 통째로 빠진 사실이 드러났다.

김정은이 이번 제재에 무릎을 꿇고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인지는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를 제대로 실천하느냐에 달렸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참여하는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193개 회원국의 결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지만 현실적으론 미-중-일-러와 한국 등 이해당사국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차제에 6자회담 멤버인 미-중-일-러와 한국이 5자회담을 열어 이번에야말로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단호한 자세로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

최근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5자회담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정세가 변화했으니 방법도 변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북 4차 핵실험 직후 5자회담을 언급했을 때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기류다. 동아시아 지정학 구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5자회담을 열어 북의 핵 포기를 강력히 유도한 뒤 확실한 성과가 있을 경우에만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회가 그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면서 우리도 북의 인권 향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당당히 동참할 수 있게 됐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의 대량살상무기와 인권 탄압은 김정은 정권이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안보리 결의는 그런 변화의 서막일 뿐이다. 김정은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게 4강과 한국이 북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 강력하게 압박해 나가야 한다.
#유엔#대북제재#5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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