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키위 엑소더스는 잊어라”

  • 동아일보

호주인들 일자리 찾아 뉴질랜드로… 최근 3년새 양국 이민 숫자 역전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 나라다. 경제 수준이 더 높은 호주에 일자리가 많아 수많은 뉴질랜드 젊은이들이 해마다 태즈먼 해를 넘어 호주 땅을 밟았다. 호주인들은 이를 가리켜 ‘키위 엑소더스(Kiwi exodus)’라고 놀렸다. 키위는 뉴질랜드 사람을 뜻하는 속어다. 1980, 90년대 호주에선 ‘뉴질랜드를 떠나는 마지막 사람은 불을 끄고 나오라’는 노래 후렴구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이민 간 사람들이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민 간 숫자보다 더 많아졌다. ‘키위 엑소더스’가 옛말이 돼 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일 보도했다.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이민 온 사람은 총 2만5273명이다. 반대 경우는 2만4504명이었다. 호주→뉴질랜드 이민자 수가 뉴질랜드→호주 이민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2012년 뉴질랜드→호주 이민자는 5만3000명이었던 반면 호주→뉴질랜드 이민자는 1만3900명에 그쳤다.

왜 이민 방향이 바뀌었을까. 경제 수준은 여전히 호주가 높다. 국내총생산 순위(2015년 기준)에서 호주가 세계 12위, 뉴질랜드는 49위다.

판세가 역전된 것은 뉴질랜드의 ‘나 홀로 호황’ 덕분이다. 호주 경제를 이끌어 온 광산개발 붐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호주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뉴질랜드는 영화 흥행에 힘입어 해마다 관광객이 5%씩 늘고 유제품의 중국 수출도 급증하는 등 호황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불황인 호주에서 기회의 땅 뉴질랜드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폴 스푼리 뉴질랜드 매시대 교수는 “뉴질랜드는 경제 지표들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뉴질랜드#키위 엑소더스#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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