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이지만 키스하자고?…이동식 통역기 광고 ‘성희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2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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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선보인 이동식 통역기 광고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웨어러블(몸에 착용하는 방식) 통역기가 홍보영상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고 전했다. 문제의 제품은 도쿄의 스타트업 회사 ‘로그바(Logbar)가 개발한 ’이리(Ili)‘. 이 기기는 음성인식 부분에 영어를 말하면 일본어나 중국어로 된 음성을 출력해주는 간편한 통역기다.

회사 측은 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영국인 딘(Dean)이라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상을 제작했다. 딘은 도쿄의 거리에서 아무 여성이나 붙잡고 말을 건다. “첫 만남이지만, 키스할 수 있나요?”라는 말을 통역기를 통해 일본어로 출력해내는 것.

이를 듣는 일본여성은 신기한 기계에 한번 놀라고, 남성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한다. 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영국에선 다 이렇게 한다”며 또 다시 키스 요구를 한다. 어떤 여성들은 불쾌한 나머지 화를 내고 도망가고, “여기는 일본이에요, 일본”이라며 답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영상은 8만 번 이상 공유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혐오감을 드러냈다. 영상에는 “정말 놀랄만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일본 여성을 성희롱하는 것 아닌가”라는 분노의 댓글이 달렸다. 세계적인 서명 사이트(change.org)에서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콘텐츠에 대해 사과하고 삭제하라”는 뜻을 담은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반면 이리를 반기는 사람들은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평가한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혁신적인 웨어러블 통역기가 아주 오싹한 마케팅 비디오와 함께 출현했다”는 글을 남겼다. 논란에 휩싸인 이 제품은 올해 여름 일본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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