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군수뇌 화상회의… 남중국해 ‘숨고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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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고위당국자 일제히 입 다물어… 태평양사령관 11월 첫째주 초 中방문
시진핑, 방공구역 선포에 신중… 주한 中대사 “절대 군사충돌 없다”
日정부 ‘美와 연합훈련 보도’ 부인

“해상자위대가 미국 해군과 남중국해에서 공동 훈련을 할 것이라는 보도 내용이 맞나.”

“그런 예정은 들은 바 없다.”

29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관방부장관의 정례 브리핑. 일본 기자들의 질문 초점은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후유쓰키’가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 부대와 조만간 남중국해를 항행하면서 함선 갈아타기 등 공동 훈련을 실시한다는 이날 아침 마이니치신문 조간 보도 내용이었다.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세코 부장관은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기자들이 “가능성은 있지 않느냐”고 거듭 확인했지만 강력한 어조로 다시 부인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해 ‘립 서비스’ 이상의 개입을 꺼리는 일본의 현재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통과시킨 안보법제가 내년 3월 발효되면 미군이 일본에 남중국해 공동 순찰 등을 요구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미군과의 공동 순찰)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지키느라 여력이 없다”고도 했다. 아직까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전면 대결할 의사는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산케이신문은 미국 군사통의 말을 인용해 “미군은 소규모 함대를 편성하지 않고 라슨함 1척만 투입했고 필리핀과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복수의 암초 12해리 이내에 먼저 진입한 뒤 중국 인공섬에 접근하는 등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류는 일본뿐만이 아니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도 더 이상의 긴장을 경계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 정치적 ‘퍼포먼스’ 이상의 갈등은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중국군은 중국이 영해로 간주하는 남중국해의 인공섬 인근 해역에 또다시 미 군함이 진입할 경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29일 발표했다. 그러나 양 대변인은 중국이 취할 ‘필요한 모든 수단’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연일 중국을 상대로 구두 경고를 내놓던 미국 고위 당국자들도 28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등도 이날 공개 발언에 남중국해 문제를 별도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에릭 슐츠 백악관 수석부대변인만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것과 같이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로든 항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미국의 진심은 오히려 전날인 27일 카터 국방장관이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한 발언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는 이날 라슨함 파견 배경을 설명한 뒤 “미중 관계는 지극히 중요하다”며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 국방 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는 28일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이 29일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인 우성리(吳勝利)와 화상회의(VTC) 회견 형식의 군사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당국자는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양국 군 참모들이 동시에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사태의 ‘출구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외교차관이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 외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중국은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 군사 교류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중국이 다른 나라와 대립할 때는 인적 왕래부터 끊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는 촌평을 내놓았다. 중국 군부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중 관계에 대해 “절대로 군사적 충돌의 길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한국으로서는 호흡을 고르면서 사태 추이를 관망할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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