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연인이… 비극으로 끝난 방송사의 러브스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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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두 기자 모두 사내커플 “결혼하려 했는데…” 연인들 오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충격적 사건을 겪은 미국 버지니아 주의 작은 지역 방송사 WDBJ7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동료들이 사살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아침 뉴스 생방송 인터뷰 도중 총격 소리와 함께 ENG카메라를 들고 있던 애덤 워드 기자(27)가 쓰러지고 여기자 앨리슨 파커(24)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여러 발의 총성이 뒤를 이었다. 화면은 급히 스튜디오로 넘어갔지만 여성 앵커 킴벌리 맥브룸이 놀라는 표정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WDBJ7은 이후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속보 체제로 전환했다. 희생자가 동료 직원이라는 점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앵커가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부사장이자 방송본부장인 제프 마크스는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두 기자의 죽음을 전하며 “그들이 얼마나 WDBJ7 팀에서 사랑받았는지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우리의 가슴은 무너졌다”고 말했다. 아침 뉴스 앵커인 맥브룸은 “스튜디오에서 그 사건을 지켜봤지만 초현실적이었다. 그 순간에는 자동차 타이어 펑크나 불꽃놀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범인이 같은 회사 기자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은 배가됐다. 마크스 본부장은 이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대 젊은 기자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왜 목표가 나나 보도국장인 켈리(켈리 주버)가 아닌가? 우리가 바로 그를 해고한 사람들인데”라며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CNN은 두 기자의 연인이 현장 상황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음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보도했다. 워드 기자의 약혼녀이자 아침 뉴스 프로듀서 멀리사 오트는 총격 사건 당시 방송 조정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트는 다른 방송사로 스카우트돼 이날이 WDBJ7에서의 마지막 근무였다. 워드 기자도 오트를 따라 직장을 옮길 계획이었다. 기자이자 앵커인 크리스 허스트는 사건 직후 트위터에 9개월 전부터 파커 기자와 비밀연애를 해왔고 결혼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녀와 함께한 9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스물네 번째 생일을 함께 축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기자의 취재 대상이었던 지역 경찰서도 “앨리슨은 경관들에게 항상 따뜻했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능을 갖고 있었다. 애덤은 늘 친절한 말과 따뜻한 미소로 언론을 접할 때 예민해지는 경관들의 마음을 녹여줬다”는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CBS 계열의 지역 방송사로 로어노크 시에 본사를 둔 WDBJ7은 1955년 세워진 오랜 전통을 자랑해온 TV 채널로 주중 4시간, 주말 2시간은 자체 제작 뉴스를 내보내 왔다. 자체 보도국 취재기자는 이번 총격 사건으로 숨진 파커 기자를 포함해 22명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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