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암 투병중” 고백… 국민위해 건강상태 밝히는 美 公人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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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센터 “다른 장기에도 전이”… 오바마, 쾌유기원 성명 내고 통화
레이건도 치매 알리고 작별인사… 힐러리, 건강의혹에 검진결과 공개

와병설이 돌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1·사진)이 암에 걸렸다고 12일 공식 발표했다.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재임한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센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받은 간 수술 후 내 몸에 암이 있고, 다른 장기에도 전이됐다는 걸 알게 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추가 내용이 나오는 대로 다음 주에 더 자세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3일 에모리대 병원에서 간에 생긴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CNN은 “카터 전 대통령이 췌장암 가족력이 있으며 아버지와 형제 등 가족 중 4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휴가지에서 “그동안 보여준 결단력처럼 암을 이겨내길 기원한다”고 쾌유를 기원하는 성명을 낸 뒤 직접 카터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암 발병 소식을 대국민 보고 하듯 상세히 발표하자 자신의 건강 상태를 투명하게 밝히는 걸 불문율로 삼는 미국의 공인(公人) 문화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인이 한국인이어서 ‘한국 사위’로 통하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두 달 전 림프종암 발병 사실을 즉시 공개해 주 정부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항암치료 과정을 공개해 온 호건 주시자는 12일 “지난 5일간 3차 항암치료를 받았고 앞으로 세 번 더 받는다. 치료 기간 동안 다른 암 환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어 뜻깊었다. 빨리 집무실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호건 주지사가 암 발병과 이후 치료 과정을 상세히 밝힌 것에 대해 “공인으로서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1∼1989년 재임)도 자신의 투병 사실을 밝혀 국민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94년 11월 공개한 대국민 편지에서 “내가 최근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다. 공개 여부를 고민했지만 알리는 게 이 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 내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작별 인사를 해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10년간 투병 후 2004년 서거했다.

글로벌 기업가 중에서도 소비자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공개한 경우가 적지 않다. 2009년 췌장암 발병 사실을 알리고 투병하다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대표적인 경우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016년 미 대선 주자들도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두 주자로 올해 68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4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일각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정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주치의의 검진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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