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두번째 부자가문 “공화 대선후보 교통정리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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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형제, 2년간 9억달러 지원 표명 “가능성 큰 후보 골라 밀어줄 것”
美정가 안팎 “금권정치” 비판여론

미국 영화계에 코언 형제가 있다면 정치경제계에는 코크(Koch) 형제가 있다. 석유재벌로 유명한 찰스(80)와 데이비드(75) 코크다. 네덜란드계 유대인인 이들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에너지업체 코크 인더스트리를 월마트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 큰 사기업으로 키웠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5년 세계 부호 순위에서 코크 형제는 429억 달러(약 46조 원)씩 자산을 보유해 공동 6위에 나란히 올랐다. 코크 가문은 월마트 가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부호 가문으로 꼽힌다.

이 가문은 이렇게 쌓은 재산을 자유주의 정치 확산에 집중 투자해 왔다. 코크 형제는 미국 보수주의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헤리티지 재단의 주요 후원자이자 좀 더 진보적인 케이토 연구소와 좀 더 보수적인 티파티 운동을 후원하는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의 공동 창립자이다.

과거엔 이들이 막후 자금줄 역할만 했다면 2000년대 들면서 정치 현장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뒤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 선택권 확장 등 자신들의 신념을 확산시키겠다며 공화당에 대한 전폭적 지지에 나섰다. 올해 1월에는 2016년 미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9억 달러(약 9733억 원)의 거금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2012년 대선과 각종 선거에서 쓴 자금 4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매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100인의 단골 후보인 이들은 올해에도 ‘거물’ 부문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형인 찰스 코크가 22일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뽑힐 가능성이 큰 후보 5명에게 정치 자금을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킹 메이커’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크 형제가 추린 5명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상원의원 3인방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랜드 폴(켄터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의원이다.

코크 형제가 20명 가까이 난립한 공화당 후보를 사실상 5명으로 압축한 셈이다. 이 다섯 후보 중에서 코크 형제가 최종 낙점한 후보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코크 형제가 워커 지사를 가장 선호한다고 20일 보도했다. 최근 타임지가 발표한 올해 영향력 있는 100인의 코크 형제 소개 글을 쓴 사람은 폴 의원이었다. 올해 1월 코크 형제가 주최한 겨울 세미나에 참석한 4인의 후보 토론회의 우승자는 루비오 의원이었다. 찰스 코크는 올해 여름 세미나에선 당시 참석하지 못한 부시 전 주지사를 초청해 다른 4인과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치가 금권정치에 물든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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