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력에 APEC 선언문서 中주도 무역협정 문구 삭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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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도 TPP에 영향 미칠까 우려… 中, 부속서에 관련 내용 담기로
中, 회의기간 스모그 예방 위해… 차량 2부제… 건설공사도 중단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0, 1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경제 관련 의제를 장악하려는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당초 APEC가 끝난 뒤 발표하는 공동선언문 초안에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의 타당성 조사 실시와 협상 종료 시점(2025년)을 넣으려 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결국 삭제됐다. 미국은 FTAAP 타당성 조사를 공동선언문에 명문화하면 관련 협상을 당장 시작하는 것으로 비치게 돼 그렇지 않아도 동력이 떨어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뒷전으로 밀릴까봐 중국 견해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FTAAP는 APEC 21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광대역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자는 것으로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였다. 선단양(沈丹陽)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지난달 16일 “이번 APEC의 주요 의제는 FTAAP 창설 논의”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APEC 내에서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만 해도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2008년부터 중국을 배제한 채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TPP를 밀어붙이자 대항마 격으로 FTAAP에 공을 들여 왔다. 중국은 2025년 출범을 목표로 한국 등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에 백기를 든 건 아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별도의 부속서를 만들어 FTAAP 창설의 로드맵을 담을 방침이다. 또 타당성 조사라는 용어를 쓰진 않지만 관련 보고서를 계속 작성한다는 문구를 넣을 예정이다. 부속서에는 한국이 FTAAP 대비 2단계 능력배양 사업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베이징 시는 원활한 APEC 회의 진행과 고질적인 스모그 발생을 줄이기 위해 3∼12일 차량 홀짝제를 실시하고 7∼12일 임시휴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3일부터 모든 건설공사가 중단됐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APEC#무역협정#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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