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려인 통일대장정… 시베리아-北 거쳐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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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출발 - 광복절 휴전선 통과… 러시아 정부, 남북대사와 1차 합의
철도-도로 이용 남북러 협력 이정표

러시아에 체류 중인 고려인 60여 명이 시베리아를 횡단한 뒤 평양을 거쳐 군사분계선(MDL)을 통해 부산까지 가는 감동의 대장정에 나선다. 7월 6일 모스크바를 출발하며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개성공단을 통해 MDL을 통과하는 계획이다. 러시아 정부는 물론 남북한 정부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 행사가 성사될 경우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남북과 러시아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6일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아 고려인 60여 명이 7월 6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극동까지 이동한 뒤 한반도를 관통하는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고려인들은 지프 16대를 타고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서 지난해 연결된 하산∼나진 철도를 이용해 북한으로 들어간 뒤 개성공단으로 갈 계획이다.

이어 MDL을 관통해 서울을 거쳐 부산까지 움직이는 동선을 짜고 있다. 이 이동 루트는 과거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남-북-러 철도 연결선을 역순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동안 실현 가능성에 회의론이 제기돼 왔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가능성은 물론 남-북-러 물류협력의 물꼬가 트일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계획을 러시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사의 외형적인 주체는 고려인들이 주축이 된 ‘랠리조직위원회’지만 국경 통과 성사를 위해 러시아 정부가 직접 설득작업에 나섰다. 소식통은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 주재 남북한 대사를 각각 불러 이 같은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며 1차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계획이 추진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최종 결정까지 변수도 아직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고 말해 성사 가능성 쪽에 무게를 뒀다. 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러시아어로는 ‘카레이스키’로 불리며 중앙아시아 등에 약 50만 명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숭호 shcho@donga.com·손영일 기자
#통일대장정#고려인#시베리아#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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