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센카쿠 인근서 대규모 해상훈련… 오바마에 ‘멍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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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안보조약-우크라 압박에 맞불… 하순부터 미사일구축함 등 20척 참가
러 함정 대한해협 거쳐 상하이行 시위, 푸틴도 20일 방중… 양국 밀월 가속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에서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을 벌인다.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이 대중(對中) 연합전선을 펴고 나서자 중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여 맞서는 형국이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30일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5월 하순부터 6월 초까지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 북서 해역에서 양국 해군이 해상 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민감한 센카쿠 인근에서 연합훈련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상협력-2014’로 이름 붙은 이번 훈련에는 두 나라 함정 20여 척이 참가한다. 러시아에서는 미사일순양함과 미사일구축함, 보급선과 예인선 등이 동원된다. 러시아 함정은 러시아 극동함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대한해협을 거친 뒤 중국 상하이(上海)로 접근해 중국 해군과 합류할 예정이다.

중-러 양국은 2012년부터 해상 연합훈련을 해왔다. 첫해에는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부근, 지난해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대제 만(灣)에서 실시하는 등 연안에서 기동했지만 이번에는 원양으로 진출한다. 매년 훈련 규모를 늘려온 점으로 미루어 중국은 이번에도 지난해처럼 잠수함을 포함한 대규모 함선과 특수부대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방공(防空), 반잠(反潛), 해역 봉쇄, 군수 보급 및 통항(通航)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통항 훈련은 특정 해역에 가상의 위험이 있다고 가정하고 군함과 병력을 움직이는 훈련이다.

이번 훈련 계획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에 해당된다”고 밝힌 직후에 공개됐다. 중국은 미일에 대항할 연대 세력으로 러시아를 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서방을 함께 압박할 지지 세력으로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 외교부는 “일본이 대러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고 중국신원왕(新聞網)이 30일 보도했다.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간 전선에 미국과 러시아가 가세하면서 이 지역은 4대 군사 열강 간 대치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이달 20일 상하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주재하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 참석한다.

한편 일본은 중국의 해양 팽창을 염두에 두고 말레이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29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나 “해양 권익과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할 수 없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라작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에 이해를 표시했다고 지지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가 남중국해에서 점유하고 있는 9개 도초(島礁·간만의 차에 따라 암초가 됐다가 섬이 되기도 하는 바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koh@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러시아#센카쿠#미-일 안보조약#연합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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