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위안부, 끔찍한…” 유례없는 강경 발언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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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한일 순방 결산]
아베 야스쿠니 정당화에 실망… 예정 없던 ‘작심 발언’ 가능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끔찍하고 지독한(terrible, egregious) 인권 침해”라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측 노력이 부족하다는 미국 지도층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 순방에서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전에 참모들과 조율하지 않은 ‘예정에 없던 작심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강한 표현’은 아베 신조 총리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미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정당화하려 했고 이것이 오바마 대통령을 언짢게 했다는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인권이라는 가치를 무엇보다 최고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인권 문제에 특히 더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인권 문제에 엄격한 흑인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강경 우파가 집권한 상황적 요인도 이번 발언의 근원”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대통령의 위안부 관련 공식 발언은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솔직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한 것이 거의 전부다. 당시 아베 총리는 “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희생에 깊은 동정을 갖고 있으며 사과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말했다.

박 교수는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워낙 친했고 일본이 역내에서 역할을 더 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클린턴 정부 때는 일본에 상대적으로 진보적 인사들이 집권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27일 “위안부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지방 시찰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세기는 여성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인권이 침해된 세기였다”며 “인권 침해가 없는 21세기를 만들기 위해 일본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방문 기간에 일본은 일대일 단독 회동을 두 차례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미국 측은 공동 기자회견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김기용 기자
#오바마 순방#위안부#아베#야스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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