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 일가 상봉 계기로… 北-日 납북자 교섭 급물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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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4월 국장급 회담 재개”… 아베 “납치문제 해결에 전력” 강조
한미일 대북제재 공조 균열 우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여성인 요코타 메구미(橫田惠) 씨의 부모가 10∼14일 몽골에서 외손녀 김은경(가명 김혜경·26) 씨를 만난 것을 계기로 북-일 교섭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과 일본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외무성 국장급 회담을 곧 개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17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측은 19, 20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리는 적십자 실무회담을 계기로 외무성 국장급 회담 재개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장급 회담은 이르면 4월 중국이나 몽골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일 외무성 국장급 협의는 일본 민주당 정권 때인 2012년 11월 이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는 처음이다. 양측 대표로는 송일호 북한 외무성 북-일국교정상화협상 담당 대사와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거론된다.

국장급 회담에서 일본은 2008년 합의했던 납북 피해자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아베 총리는 4월 소비세 인상 여파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면서 보수 결집을 노릴 수 있다. 북한은 일본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 지원을 반대급부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아베 총리의 방북과 양국 국교 정상화까지도 가시권에 들어온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본이 ‘독자 플레이’에 나선다면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라인에 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지금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중국 방문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도발에 ‘전략적 인내’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은 마이니치신문에 “한국을 초조하게 하거나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술로 북한이 일본에 접근하는 것인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에 있어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하는 아베 정권은 어떤 의미에서 상대하기 쉬운 상대”라며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납치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이는 것만으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요코타 메구미 씨 부모의 외손녀 상봉을 진두지휘한 아베 총리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정말 잘됐다”며 “납치 문제 전면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요코타 메구미 씨의 아버지인 시게루(滋·81) 씨와 어머니 사키에(早紀江·78)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손녀와의 만남에 대해 “꿈만 같았다. 손녀가 채소로 직접 만들어준 요리를 먹었다”고 소개했다. 요코타 메구미 씨의 생사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안 했다. 건강히 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 일본인 납북사건 ::

1970, 80년대 일본인들이 북한에 납치된 일련의 사건. 지금까지 피해자 5명과 가족 8명이 차례로 일본에 귀국. 일본 정부는 최소 17명이 납치됐다고 판단하는 반면에 북한은 5명이 생존해 있고 8명이 사망했다고 주장.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메구미#북일교섭#대북공조#납북자 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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