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센카쿠에 ‘미군 관할 표지’ 요청했다 퇴짜 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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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2011년 연계전략 실패’ 보도

주일미군이 사격장으로 활용하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의 구바(久場) 섬에 ‘미군의 관할지역’이라는 표지를 설치해 달라고 일본 정부가 미국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미국을 방패막이로 끌어들여 중국에 맞서려던 일본의 의도에 미국 정부가 거리를 둔 것이다. 표면적인 미일동맹 강화 움직임과는 달리 밑바닥에는 양국 간 갈등 전선도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11년 9월 11일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뒤 일본 활동가들이 구바 섬에 상륙하려 한다는 정보를 포착했다. 중국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일본 정부는 구바 섬이 주일미군의 공대지 미사일 사격장으로 활용된 점에 주목했다. 곧바로 주일미군 관리구역 무단침입을 금지한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형사특별법’ 적용을 목적으로 미국 측에 관할구역 표지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1978년 이후 훈련장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표지를 설치할 의무도 없다”라며 거부했다. 미 정부 내에서는 “미국을 방패막이로 쓰려는 일본의 자작극”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에도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9월 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일본 총리를 따로 만나 “정말 국유화할 필요가 있냐”고 따졌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은 일중 간 우발적 충돌이 무력분쟁으로 이어져 미국이 개입하게 되는 사태를 지극히 우려하고 있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실망’을 표명한 것도 더이상 지역 긴장을 높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이런 기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인 스티브 섀벗 의원(공화·오하이오)은 13일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외무성 부대신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신사 참배) 이유는 잘 알았다”라며 “(다만)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이 서로 배려하기를 바라는 게 미국의 견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예정지인 오키나와(沖繩) 현 나고(名護) 시 시장 선거에서 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 현 시장이 찬성파인 스에마쓰 분신(末松文信)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14일 각종 여론 조사에서 나타났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기지 이전이 늦춰질 수 있어 미일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센카쿠#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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