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韓中정상 꼭 만나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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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총본산 이세신궁서 회견 “개헌 등 잘 설명하면 이해해줄것”
군사대국화 일방통행식 추진 예고… 9일부터 아프리카-중동 순방
안보리 이사국 노린 ‘지구본 외교’

“개헌에 대해 중국, 한국 등 주변국에 정중히 설명하고 싶다. ‘적극적 평화주의’도 잘 설명해 나가면 이해해 줄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미에(三重) 현의 이세신궁(神宮)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역점과제로 ‘적극적 평화주의’와 ‘개헌’을 또 내세웠다. 이는 군사 대국화로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과 중국에 잘 설명하면 이를 이해해 줄 것”이라며 ‘일방통행식 세계관’도 드러냈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에게 제사 지내는 신사로 일본 제국주의의 정신적 기반이던 국가 신도(神道·일왕을 정점으로 한 국교)의 총본산이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7명의 각료와 함께 신궁을 참배했다. 지난해 1월과 10월에 이어 총리 취임 후 세 번째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해 “헌법 제정으로부터 68년이 되는 지금 시대 변화를 반영해 해석 변경과 개헌을 향한 국민적 논의를 깊게 해야 한다”며 집단적 자위권과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 정상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양국이 반발하는 부분에서는 평소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곤란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제조건을 붙이지 않고 정상들이 흉금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또 그는 “내가 공개석상에서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꼭 일중, 일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대화를 위한 직접적인 어프로치(접근)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대화 요청에 대해 “중국 인민은 아베 총리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기존 태도를 다시 밝혔다. 그는 “아베 총리는 양면적 방법으로 대중관계를 희롱해왔고 중-일 관계의 대국을 훼손하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을 계속해 왔다. 아베 총리가 말끝마다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국 지도자와 대화를 희망한다고 하는 것은 허위”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구축된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러시아와의 영토 협상에서 ‘역풍’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 25개국을 순방했던 아베 총리는 9∼15일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3개국과 중동의 오만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구본’ 외교를 다시 시작한다. 21일에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뒤 25일에는 인도를 방문하고 북유럽과 카리브 해 주변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지구본 외교가 자원 확보 및 중국 견제의 의미와 함께 내년으로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거를 앞두고 지지표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지구본 외교는 정작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인 한국과 중국만 뺀 ‘도넛 외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박형준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아베#제국주의#한중정상#지구본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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