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새 뇌관, 알카에다 연계 ‘ISIL’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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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내 다른 반군과 전면전… 이라크선 수도 인근 도시 장악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한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중동의 새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반군인 자유시리아군 등은 4일 같은 반군인 ISIL에 선전포고를 했다. ISIL이 민간인까지 무차별 살해하는 극단주의 성향을 드러낸 탓이다. 같은 날 이라크에 있는 ISIL은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 끝에 수도 바그다드 인근 도시 팔루자를 장악했다. 정부군이 반격을 다짐하고 있어 이라크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ISIL은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할 무렵 두 나라 정부군에 대항하며 세력을 키웠다. 현재 약 1만2000명의 전투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레반트’는 시리아를 중심으로 레바논과 요르단 등을 아우르는 지명으로 ‘해 뜨는 곳’이라는 뜻이다.

ISIL은 시리아 내전에서 △서방이 지지하는 세속주의 반군(자유시리아군) △온건 이슬람주의 반군(이슬람전선) △쿠르드족 반군과 함께 ‘4대 축’의 하나였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3, 4일 이틀간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와 이들리브 등에서 ISIL이 다른 반군 세력들과 교전했다. 이 과정에서 ISIL 조직원 36명이 숨졌고 100여 명이 체포됐다.

ISIL은 4일 성명에서 “다른 반군들이 등에 칼을 꽂았다”라며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가 점령한 지역을 정부군에 넘겨주고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군에 소속된 유명한 의사 아부 라이얀이 ISIL에 고문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 이번 교전의 계기였다. ISIL은 평소 약식 처형과 민간인 강탈 등 잔혹행위로 비난을 받아왔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항의시위에 나섰고 ISIL이 시위대에 발포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ISIL은 반군 내에서 ‘눈엣가시’였다.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라면 치를 떠는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돕고 싶어도 알카에다와 연계된 ISIL 때문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반군은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릴 기회를 잃었다. ISIL을 제외한 나머지 반군 그룹은 4일 성명을 내고 “신의 가르침을 어긴 ISIL이 사라질 때까지 싸우겠다”며 “하루빨리 시리아를 떠나라”라고 촉구했다.

ISIL은 이라크에서도 종파(수니파-시아파) 간 분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ISIL은 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불과 60km 떨어진 팔루자를 완전 장악했다. 팔루자가 있는 안바르 주의 하디 라제이지 경찰국장은 “치안병력이 팔루자 도심에서 완전히 퇴각했다”고 밝혔다. 팔루자는 미국이 이라크전쟁 기간에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ISIL과 정부 측의 ‘팔루자 교전’에서 ISIL 대원 55명, 정부군 8명, 친정부 부족세력 2명 등 모두 6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인 3일에도 100명 이상이 숨져 최근 몇 년 사이 교전으로 인한 하루 최다 사망자를 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4일 국영 TV를 통해 “팔루자 라마디 등 테러리스트들이 점령한 도시를 탈환할 때까지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ISIL을 비난하며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3일 성명에서 “라마디 팔루자 주민을 상대로 한 ISIL의 만행을 주시하고 있다”며 “ISIL과 싸우겠다고 밝힌 부족 지도자들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돕겠다”고 했다.

한편 ISIL은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차량 폭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일 베이루트 남부 헤즈볼라의 거점인 하레트 흐레이크 구역에서 발생한 이 테러로 최소 5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27일 시아파인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수니파 거물 무함마드 샤타 전 재무장관 암살 폭탄 테러를 벌인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김기용 기자
#중동#알카에다#ISIL#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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