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주일대사에 “조기 정상회담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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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부임 5개월만에 이례적 독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3일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에게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병기 대사는 이날 부임 인사차 아베 총리를 예방해 25분간 한일 관계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 대사는 총리 관저에서 만난 아베 총리에게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여는 지도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사는 또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조속히 한일관계가 안정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일측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 대사의 부임을 환영한다”며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사와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 등 한일 양국의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는 과거 정리의 차원에서 한일 관계의 중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 日의 화해 제스처?… 靑 “日 태도에 달려” ▼

이병기 대사, 아베 독대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일본 기업들에 대한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우려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갖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8월 19일 이 대사를 만찬에 초대해 정상회담을 제안한 데 이은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불과 며칠 전인 8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방문 때 현재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한다면 양국 관계 악화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 전향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이날 대사가 예상보다 빨리 단독으로 주재국 총리를 면담 형식으로 만난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게 한일 외교가의 평가다. 6월 4일 부임한 이 대사는 지난달 31일 아베 총리 예방 신청을 했다.

외교 당국자도 “부임 이후 한 번도 총리 예방을 하지 못했던 것이 이번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로부터 박 대통령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 등 어떤 비공개 임무가 부여된 것은 아니라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이고 연례 정상회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 예방이 이뤄진 것 자체를 일본의 화해 제스처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모든 주일 대사에게 예방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 일본이 한국을 예우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며 관계 개선의 단초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일본 지도자들이 예전에 비해 언행에 주의하고 주변국의 우려를 신경 쓰는 분위기는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 일본이 어떻게 할지는 예단할 수 없으며 일본의 태도에 따라 우리의 입장도 달라질 것”이라고 청와대 기류를 전했다.

이날 회동에 한국 측에서 김원진 주일대사관 정무공사와 대사관 실무직원이, 일본 측에서는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주한대사관 정무공사를 지낸 가네하라 노부카쓰(兼原信克) 관방 부(副)장관보 등이 각각 배석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동정민·조숭호 기자
#아베#정상회담 제의#한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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