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로 붙잡혀 “당신은 나쁜 사람”… 테러범 초콜릿 주며 “우리 용서해줘”
케냐 대통령 “67명 사망, 인질극 종료”
“어린이가 살아 있다면 데리고 나가도 좋다.”
21일 케냐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범들이 쇼핑몰 내 슈퍼마켓에 모인 인질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 순간 한 엄마가 용기를 내 손을 들었다. 영국 버크셔 출신으로 나이로비에 거주하는 영화감독 앰버 프라이어 씨(35)였다. 그녀는 딸(6) 아들(4)과 함께 쇼핑몰을 찾았다가 테러범이 쏜 총알에 다리를 다쳐 인질로 붙잡혔다. 그녀가 인질범으로부터 탈출 허가를 받고 몸을 추스르던 찰나 아들이 박차고 일어났다. 네 살배기 꼬마 엘리어트는 테러범을 향해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우리를 풀어줘”라고 외쳤다. 그러자 복면을 쓴 테러범은 엘리어트와 누나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우리를 용서해줘, 우린 괴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4일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현장에서 무장괴한에 맞서 사과까지 받아내고 탈출한 용감한 영국 꼬마 이야기를 보도했다. 당시 테러범은 프라이어 씨에게 케냐인과 미국인들을 공격하려던 것일 뿐 영국인은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고 양해를 구하더니 이슬람으로 개종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보도된 뒤 인터넷에서는 엘리어트 가족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속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엘리어트의 손에는 테러범에게 받은 초콜릿 봉투가 들려 있다.
한편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24일 “테러 인질극이 끝났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로 사태를 진압하던 군경 6명을 포함해 67명이 사망하고 170여 명이 다쳤다. 외국인은 한국인 여성 강모 씨(38·여)와 영국인 6명,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인 등 18명이 숨졌다. 케냐 군경은 테러범 5명을 사살하고 11명을 체포했다. 케냐 적십자사는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외에도 50여 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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