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향한 저격수의 총구… 사진기자, 죽음으로 말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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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위 취재중 군 발포 동영상 남기고 사망

건물 옥상 위에 몸을 숨긴 저격수 한 명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재빨리 손에 쥔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다. 저격수의 상체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시위대를 향한 총구가 불을 뿜었다. 잠시 사라졌던 저격수가 모습을 드러내고 또다시 총을 쐈다. 이번에도 다시 사라질 줄 알았던 총구는 갑자기 그를 향했다. 스물여섯 살의 보도사진가 아흐마드 사미르 앗셈(사진)이 마지막으로 본 세상의 모습이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앗셈이 8일 오전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다 숨졌다며 그가 남긴 거친 동영상에는 그 자신의 죽음이 기록돼 있었다고 9일 전했다.

앗셈이 프리랜서로 일했던 신문사의 문화 담당 편집장 아흐마드 아부 자이드는 “오전 6시경 한 사람이 피로 뒤덮인 카메라를 가져와 우리 동료 중 한 명이 다쳤다는 말을 전했다”며 “한 시간 정도 후 앗셈이 사건 발생 지점 인근 건물 옥상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다가 저격수가 쏜 총에 이마를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의 맨 처음부터 담겨 있는 그의 카메라는 그날 행해진 폭력의 증거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슬림형제단은 기자회견에서 앗셈이 마지막으로 촬영했다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이집트의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학살’의 증거로 내세웠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사진기자#저격수#발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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