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입원 병원앞에 꽃-카드 수놓은 ‘희망의 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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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이종훈 특파원, 남아공 프리토리아를 가다

26일 오후 ‘검은 대륙의 거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95)이 19일째 입원해 있는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메디클리닉심장병원. 노란색 4층짜리 건물 2개로 이뤄진 이 병원 정문과 옆문에서는 경찰관들이 출입 차량의 트렁크와 밑바닥까지 꼼꼼히 살핀다. 정문 맞은편 길가에는 취재 차량 20여 대가 서 있다.

만델라가 위독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진 23일 이후 이 병원의 담벼락은 남아공 국민의 염원을 담은 ‘희망의 벽’이 됐다. 담벼락에는 만델라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카드와 그림, 풍선 등이 빼곡히 붙어 있고 수백 송이의 꽃이 담벼락 아래 놓여 있다. 카드에 쓰인 문구들에는 유독 아버지를 뜻하는 ‘타타’라는 표현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만델라는 그들에게 아버지였다.

“신이 마디바(만델라의 존칭) 당신을 축복하시길. 나는 당신의 전설을 나의 아들에게 전할 게요-캔디스.”

카드에 적힌 글처럼 이제 남아공 국민들은 마디바가 불사조처럼 되살아나길 기대하기보다 평안하고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기를 기원하는 표정이다. 이날 현지 신문 데일리선의 1면 제목도 ‘만델라의 위독한 시간들-최후의 투쟁(Critical Hours for Madiba. The Final struggle)’이었다. 이날 갓 돌이 지난 손녀를 데리고 와 병원 앞에서 기도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던 플로라 고스 씨는 “마디바는 이 나라를 계획하고 만들었다. 그가 이곳을 떠나 하늘에서도 행복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만델라의 병세는 병원 주변에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병원 옆문을 지키던 한 경찰관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밝히고 만델라의 건강을 묻자 “그건 우리도, 병원 직원 대부분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만델라가 산소호흡기를 통해 연명하는 상태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케이프타운의 타보 마크고바 대주교가 병원을 찾아 만델라와 가족을 위로하는 기도를 주재했다. 마크고바 대주교는 “만델라에게 영원한 치유,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의 안식을, 조용한 밤과 평화롭고 완벽한 임종을 허락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런 가운데 쿠누에 있는 만델라 전 대통령 자택에서는 전날 만델라의 딸과 손자 등 가족과 가문 원로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 회의가 열려 만델라의 장지를 포함한 장례 절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델라의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는 나라 밖에서도 이어졌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트위터에 “빌(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 첼시(딸)와 나는 우리의 위대한 친구인 마디바와 그의 가족 및 국가에 사랑과 기도를 보낸다”고 적었다. 모건 창기라이 짐바브웨 총리는 “만델라는 영감의 아이콘”이라고 칭송했다.

29일 남아공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델라를 만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만델라의 딸 진드지는 25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에게 ‘오바마가 온다’고 이야기했더니 아버지가 눈을 뜨고 미소를 지으셨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만델라를 찾아갈지는 만델라 가족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남아프리카#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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