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측 거듭 살해 위협… 정부, 도착 즉시 호송차 이송
“암살위협 굴하지 않겠다” 귀국전 재집권 의지 드러내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70)의 귀국이 파키스탄 정국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파키스탄을 통치했던 무샤라프는 올 5월 총선에 참여할 목적으로 약 4년 반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24일 귀국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이 친미 성향인 그를 ‘이슬람의 적’이라며 살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데다 현 정부도 그의 귀국에 부정적이어서 무샤라프의 귀국은 파키스탄 정국에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낮 12시 45분경 남부 카라치에 일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원래 지지자들의 대중 집회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신변 보호를 위해 도착하자마자 정부 호송 차량을 타고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이동했다.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2008년 초 총선 패배 후 사퇴 압력이 높아지자 그해 8월 망명길에 올랐다. 영국 런던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오가며 생활하던 그는 총선 참여를 위해 귀국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귀국 직전 두바이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집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암살 위협을 잘 알고 있지만 파키스탄을 구하기 위해 돌아간다”며 “나의 반대파가 내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지만 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파키스탄 내 테러리즘과 극단주의가 횡행하고 있어 선거 승리를 통한 재집권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5월 11일 치러질 파키스탄 총선에서는 2007년 12월 폭탄 테러로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현 대통령이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제1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샤리프 전 총리가 집권하면 그와 사이가 껄끄러운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현 정부는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귀국하면 체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통령이던 무샤라프가 정적(政敵)인 부토 전 총리에게 제대로 된 경호를 제공하지 않는 등 암살을 묵인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만일 그가 재판을 받는다면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부토 전 총리 암살 연루 외에도 2006년 발루치스탄 반군 지도자인 악바르 부그티 사망, 2007년 대법원장 해고에 관한 재판에도 연루돼 있다.
군인 출신인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영국의 인도 식민지배 말기이던 1943년 인도 델리에서 태어났으며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독립할 때 이주했다. 1988년 샤리프 전 총리에 의해 육군 참모총장으로 발탁됐으나 인도와의 영유권 분쟁 당시 샤리프 전 총리와 의견 충돌을 빚어 쿠데타로 그를 몰아내고 대통령이 됐다. 집권 기간 파키스탄 경제 성장을 이끌고 부패 청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부토 전 총리 암살사건 의혹, 친서방 노선 등으로 파키스탄 내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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