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테러는 美-탈레반 합작품” 카르자이, 철군 앞둔 미국에 독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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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글 美국방 방문중 비난… 예정됐던 합동기자회견 취소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반미(反美)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주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대내용’ 발언으로 보이지만 철군을 앞둔 미국 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10일 TV 연설에서 전날 수도 카불 등에서 탈레반의 폭탄 테러로 적어도 17명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탈레반은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아프간에서 외국 군대가 철수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탈레반과 매일 카타르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탈레반이 공조해서 아프간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또 아프간 정부는 10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 아래 아프간 무장 세력이 칸다하르의 대학에 들어가 학생을 연행한 뒤 감금했다’며 외국 군대의 교육기관 진입을 금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아프간 방문을 계기로 아프간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했던 미 정부가 카르자이에게 기습을 당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헤이글 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 행선지로 8일부터 아프간을 방문 중이다. 10일로 예정됐던 카르자이 대통령과 헤이글 장관의 합동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이날 카르자이 대통령이 미국에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미국이 9일로 예정했던 바그람 기지 내 수용소 관리권 이양을 돌연 연기한 것을 겨냥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수용소는 미군이 아프간인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한 곳으로 악명이 높다.

미국의 후원 아래 2001년 12월부터 집권하고 있는 카르자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와르다크 주의 미 특수부대는 2주 안에 철수하라’고 명령하는 등 최근 잇따라 반미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반미 정서가 강한 아프간 주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3선 연임 제한 때문에 내년 4월 대선에 출마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카르자이가 정치세력들의 호의를 이끌어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서 많은 것을 받아내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부는 6만6000명에 달하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2014년까지 대부분 철수할 예정이다. 2001년 이후 2179명의 미군이 아프간에서 희생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미국은 철군 이후에도 아프간 정부와 협력관계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카르자이의 발언들은 미군 철수 이후에도 미국과 아프간이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카르자이#미국#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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