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고모가 모두 엄마?…엄마가 셋인 아기 사연 ‘뭉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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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 에식스 카운티에 사는 생후 6개월 된 베아트릭스는 엄마가 세 명이다.

호적상 어머니와 난자를 제공한 유전적 어머니, 자신을 뱃속에서 길러 낳아준 어머니가 모두 다르다.

더욱 놀라운 건 유전적 어머니는 이모이고, 낳아준 어머니는 고모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들은 아기를 가질 수 없었던 데이비드(33)와 케이티(31) 슬레이드 부부가 기적처럼 딸아이를 얻게 된 사연을 26일(이하 현지시각) 소개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케이티는 어릴 때 희귀 유전 질환으로 생식기관에 문제가 있어 평생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랑하는 남편 데이비드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아기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입양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피가 섞인 아이를 갖고 싶었다.

두 사람의 마음고생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케이티의 여동생 루시 마크스(27)와 데이비드의 누나 제이미 앨런(35)은 이들이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루시가 난자를 제공하고, 제이미가 대리모 역할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루시는 언니인 케이티가 불임 진단을 받았을 당시, 때가 되면 언니에게 난자를 제공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몇 년 후 데이비드와 결혼한 케이티는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에 루시에게 정말로 난자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케이티는 "루시가 날 위해 당연히 난자를 제공해줄 거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터졌다"며 "그 말은 유전적으로 아기가 우리 부부와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미혼인 루시는 임신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루시에게 대리모 역할까지 부탁할 수는 없었다고 케이티는 말했다.

케이티는 "날 위해 루시가 대리모를 해줄 경우, 여동생에게는 첫 임신이기 때문에 아기를 나에게 보내주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티와 데이비드는 대리모를 찾아보려 했으나, 대리모 여성이 마지막 순간에 아기를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마저도 꺼리게 됐다.

두 사람은 이러한 고민을 데이비드의 누나인 제이미에게 털어놨고, 제이미는 자신이 대리모를 해주겠다고 답했다.

남편 웨인과의 사이에서 자녀를 셋 낳은 제이미는 자신이 대리모 역할을 하기에 딱 맞는 것 같았다며, 아기를 낳은 뒤 기쁜 마음으로 아기를 보내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모든 합의는 이뤄졌고, 데이비드의 정자와 루시의 난자를 체외수정시켜 그 배아를 제이미의 자궁 안에 이식했다.

2011년 12월 24일, 제이미의 임신 소식이 들려왔고 이듬해 9월 1일 딸 베아트릭스가 태어났다.

케이티는 "처음 딸을 품에 안고 루시와 제이미, 데이비드를 바라봤다. 우리 모두가 베아트릭스의 탄생을 위해 힘을 모았다는 게 정말 믿을 수 없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베아트릭스는 우리 모두의 딸이고 우리가 이뤄낸 기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비드도 "우리가 한 아이의 부모가 됐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우린 정말 최고로 운이 좋은 부부인 것 같다"며 "우리의 꿈을 이뤄준 처제와 누나에게 평생 감사하며 살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루시는 "베아트릭스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녀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베아트릭스의 탄생을 위해 내 난자가 쓰였지만, 베아트릭스는 영원히 내 조카이다"라고 전했다.

베아트릭스를 9개월 동안 뱃속에 품은 제이미는 "남동생 부부를 위해 아기를 품고 있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면서 "베아트릭스는 내 아이가 아니다. 난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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