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유로존, 경쟁력 제고 협약 맺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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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연설서 촉구… 日 환율조작 콕찍어 경고
소로스도 엔低정책 비판

독일이 유로존 재정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이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경고를 이어가 EU 회원국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유로존 회원국은 독일 프랑스 등 17개국이고, EU는 영국 등을 포함해 27개국이다.

여제(女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전환점에 선 유럽 경제의 회복을 위한 대책들을 제시했다.

메르켈 총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유로존 위기 세션 특별연설에서 “지난해 유럽 금융계를 지원하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며 “유로존은 재정위기가 소강 상태인 지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다보스포럼 주제인 ‘탄력적 역동성’의 핵심 현안인 유럽 재정위기 해법에 대해 “올해 유로존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쟁력 제고에 몰두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쟁력 (제고)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협약의 효과는 4년 내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중앙은행(ECB)에 의존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ECB는 유로화를 지키기 위한 책임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CB가 위기국가의 채권 무제한 매입 같은 무리한 대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 이어 “유럽은 아직 숲에서 못 벗어났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경제 개혁의 효과는 2, 3년 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다보스에서 뜨거운 이슈가 된 일본의 양적 완화 문제도 거침없이 언급했다. 그는 ‘일부 국가의 환율 조작에 우려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당장 일본을 볼 때 전혀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일본을 못 박아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다보스에서 CNBC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이 양적 완화로 급선회하면서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유로화 가치는 올라 독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이 환율전쟁을 벌일 위험이 있는 만큼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소로스 회장은 또 “선진국의 과도한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긴축이 답이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독일이 중심에 있고 스페인 이탈리아가 계속 열등감에 빠져 있다면 유럽이 정치적으로 불안해지고 재정 문제가 2년 동안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이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2013년은 위기를 넘어서는 해로 기록될 것”이라면서도 “유로존은 붕괴를 피했지만 개혁의 모멘텀이 지속되지 않으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2017년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발표로 불거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이탈)’ 논란은 이날 다보스에서도 격렬한 논쟁을 불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의 과도한 규제로 영국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EU는 유럽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영국이 나가기로 결정하면 붉은 카펫을 깔아주겠다”고 말했다.

다보스=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메르켈#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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