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그리스 신용 6계단 수직상향… 재정난 수렁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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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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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재매입 목표 초과달성… 추가 구제금융 긍정적 평가, 향후 전망도 ‘안정적’으로
일각 “아직 불안요소 남아”

2010년 유럽 재정위기의 신호탄을 올렸던 그리스에 경제위기 수렁에서 탈출할 서광(曙光)이 비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8일 그리스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선택적 채무불이행’(SD) 단계에서 ‘B―’로 무려 6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향후 전망도 ‘안정적’이어서 추가 상승의 기회도 열렸다.

S&P는 “그리스가 국채 재매입(바이백)을 잘 마무리했고 유로존이 그리스를 회원국으로 잔류케 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함께 구제금융지원 재개를 승인했기 때문에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스 정부가 긴축 때문에 국내 정치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이다”고 설명했다. S&P는 다만 “장기적으로 그리스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여전히 국내외적 불확실성에 영향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등급 조정에는 그리스 정부가 추진한 국채 재매입이 12일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자금 조달에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투자자의 그리스 정부 국채 신청 규모는 319억 유로(45조342억 원)로 정부의 목표치 300억 유로를 넘어섰다. 이후 EU와 IMF가 내년 3월까지 그리스에 총 491억 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점진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S&P 발표에 대해 “낙관주의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그리스에 ‘C’, 피치는 ‘CCC’를 부여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S&P, 그리스 위기 종식의 서곡을 발표하다”라는 기사에서 “S&P가 그리스를 긴축과 경제 후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부채 위기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올렸다”고 전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3년 전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추락한 이후 이뤄진 국가경제 전망에서 가장 극적인 재평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경제전문가들은 “신용등급 상향이 예정된 것이기는 했지만 6단계가 오른 것은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그리스 경제지 나프템포리키가 전했다.

하지만 S&P의 발표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제기됐다. 그리스 부채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려면 유로존 회원국들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한 원리금 삭감(헤어컷)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아직 신용등급의 상향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

로런스 맥도널드 뉴에지증권 수석팀장은 “실질적인 신용 관점에서 그리스 등급을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년 3분기(7∼9월) 4분기 중 유로존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헤어컷이 다시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그리스#국채재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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