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형경비함 센카쿠 투입”… 시진핑 ‘强軍 행보’에 맞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中, 난징대학살 ‘분노의 날’에 센카쿠 영공 침범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이 다시 점화됐다. 중국 항공기와 선박이 13일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 영공과 영해에 한꺼번에 들어갔다. 여기에 맞서 일본은 즉시 전투기를 출동시켰을 뿐 아니라 센카쿠 해역의 경비함을 대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9월 일본이 센카쿠 열도 국유화 발표 이후 최근까지 ‘영해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앞으로는 바다와 하늘에서 ‘입체적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서 “중국 해양감시 B-3837 항공기가 댜오위다오 상공에 도착해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순항 중이던 해양감시선 50, 46, 66, 137호와 함께 해공(海空·바다와 하늘) 입체 순항을 전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도발은 일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은 75년 전 일본군에 의해 난징(南京)대학살이 발생한 날이다. 중국이 ‘입체 순항’을 벌인 바로 그 시각 장쑤(江蘇) 성 난징 하늘에는 당시를 기념하는 공습경보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중국 전역에서 반일 정서가 솟구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센카쿠 영해와 영공에 ‘진격’해 국가적 자존심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8일과 10일 취임 후 최초로 군부대를 시찰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하며, 반드시 부국과 강군을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중국의 ‘입체 순항’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은 하늘까지 중국의 침입이 시도됐다는 점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기록이 있는 1967년 이후 외국 항공기가 일본의 영공을 침범한 것은 모두 34회. 그중 33회는 냉전 시대에 옛 소련 항공기가 일본 영공을 침범한 것이었다. 나머지 한 번은 대만 항공기가 1994년 센카쿠 주변 영공을 침범했다.

기타무라 다카시(北村隆志) 일본 해상보안청 장관은 13일 도쿄(東京)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0t급 이상으로 경비함을 늘려 센카쿠 열도 주변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현재 경비함과 경비정 357척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51척은 1000t급 이상 대형 경비함이다. 중국의 1000t급 이상 함정은 40여 척에 불과하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시 총서기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댜오위다오에 대한 주권 주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추세는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양국이 영토 분쟁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새 정부 출범 전후 서로 ‘보여주기’ 시위를 벌이고 있어 향후 충돌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형 안보전략연구센터 국제전략연구실장은 “공군 전투기가 아니라 국가해양국 소속 항공기임을 감안할 때 무력 충돌보다는 일본의 실효 지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베이징=이헌진 특파원 lovesong@donga.com
#난징대학살#시진핑#센카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