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까지 반발… ‘中여권 지도’ 파문 확산

  • 동아일보

中, 자국영토 그림에 中-印 분쟁지역 포함
印, 중국인용 비자에 인도영토 표시 맞불
베트남, 中여권에 ‘무효’ 직인 찍고 별도 비자

중국이 자국 국민에게 발급하는 새 여권의 지도에 동남아 일대뿐 아니라 인도와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지역까지 자국 영토로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도가 공식 반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A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살만 쿠르시드 인도 외교장관은 “(중국과의 분쟁지역인) 아루나찰프라데시와 히말라야 일대의 아커싸이친이 중국 영토로 들어간 여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24일 비난했다. 인도는 즉각 중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에 문제의 두 지역이 인도 영토로 양각된 지도를 새겨 발급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인도 일간지 ‘더 힌두’는 “말 대신 행동에 착수하는 게 낫다고 인도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커싸이친은 현재 중국이 통제하고, 아루나찰프라데시는 인도가 지배하고 있다. 양측은 1962년 유혈 무력충돌까지 벌이며 두 지역 전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14차례의 국경선 획정 협상을 벌였으나 타결되지 않고 있다. 사안을 더는 확대하지 않겠다는 양국 간의 전술적 선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여권에 영토 지도를 넣으면서 양국의 외교적 묵계가 깨져 버린 것이다.

앞서 중국은 5월부터 주변의 영유권 분쟁 지역을 모두 자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와 대만의 명승지 사진을 넣은 새 여권을 배포해 왔다. 여기에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의 난사(南沙) 군도와 시사(西沙) 군도, 일본과 물리적 대결을 벌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등도 포함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베트남 필리핀 대만 등 관련국이 강력히 반발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새 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항의의 뜻으로 최근 북부 라오까이 접경을 거쳐 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이 제시한 새 여권 100여 개에 ‘무효’ 직인을 찍고 별도의 여행허가서를 발급해 입국을 허용했다. 중국의 새 여권에 입국 확인 직인을 찍으면 여권 지도상의 국경을 사실상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근본적으로 ‘힘의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의 새 주변국 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3일 ‘중국의 새 지도부는 어떤 외교노선을 갈 것인가’라는 해외판 칼럼에서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우리는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지키고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며 “중국이 (외교 정책에서) 화평발전 노선을 견지한다는 것은 국가이익 수호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런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칼럼은 ‘화평’에 무게를 뒀던 외교 기조의 중심축을 ‘이익 수호’로 점차 옮겨갈 것임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칼럼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의 외교노선이 기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내세운 화평발전론을 큰 틀에서 수용하되 필요할 경우 강공 외교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 여권#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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