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100여곳 공습… 하마스 로켓탄 보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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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18명 죽고 150여명 다쳐… 이 “군사작전 시작일 뿐”, 하마스 “지옥문 열었다”
이집트, 이스라엘에 항의… 안보리도 긴급 대책회의

이스라엘이 14, 15일 전투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 내 100여 곳을 공습했다. 이에 맞서 하마스는 전쟁을 선포했다. 유엔은 14일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고 아랍연맹도 16일 긴급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14일에 이어 15일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 내 무장 정파 하마스(이슬람저항운동)의 무기 은닉 장소 100여 곳을 정밀 공습했다. 이스라엘 탱크와 함정에서 포사격도 동시에 이뤄졌다. 이는 최근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로 로켓 공격을 해온 데 따른 보복이다. 특히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잇즈앗딘 알깟삼’의 최고사령관인 아흐마드 알자바리(46)가 탄 차량을 정밀 폭격해 암살했다. 그는 최근 로켓 공격의 배후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14일 이스라엘의 동시다발적 공습 과정에서 자바리와 어린이 2명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또 15일에는 로켓을 운반하는 오토바이를 공격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번 일이 “군사작전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번 일이 “행동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단기 처방으로 끝내지 않고 설정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TV를 통해 “하마스와 다른 테러조직에 이날 확실한 의사를 전달했다”며 “필요하면 작전을 더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에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선거와도 관련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최근 가자지구에서 날아오는 로켓으로 인해 남부 이스라엘 주민들이 방에 숨어 지내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15일 가자 접경지역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돼 지상군 공격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8년 22일간 가자지구를 공격해 팔레스타인 1300명 이상이 숨진 바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하마스도 15일 이스라엘 남부지역에 로켓을 발사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 경찰은 로켓 29발이 남부지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이에 이스라엘이 또 재공습에 나서 팔레스타인인 4명이 추가로 숨졌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15명 사망하고 이스라엘인 3명이 숨졌으며 부상자는 150명을 넘어섰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모든 금지선을 넘어섰고 위험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번 일로 지옥문을 연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1987년 설립된 단체로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장그룹이다. 2008년 선거에서 비교적 온건 성향의 정파 ‘파타’를 누르고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파타는 현재 요르단 강 서안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이집트는 이번 공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주이스라엘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자국 주재 이스라엘대사를 이집트 외교부로 불러 팔레스타인 공격 문제를 항의하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집트 여당인 자유정의당도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이 이전처럼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가 되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대선에서 무르시 대통령을 당선시킨 자유정의당은 무슬림형제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하마스와 연계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무르시 대통령과 통화해 사태의 확산을 막아달라고 주문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방어 권리를 지지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대한 로켓 공격을 비난한다며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당부했다.
:: 아흐마드 알자바리 ::

하마스의 무장조직인 ‘에제딘 알 카삼’을 지금의 모습으로 키워낸 인물. 가자지구의 이슬람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자바리는 당초 온건 성향의 파타에서 활동하다가 1982년 체포됐다. 13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아지즈 알 란티시 등 하마스의 핵심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급진적으로 변했다. 2002년부터 에제딘 알 카삼을 이끌어왔다.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숨어 다녔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이스라엘#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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