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건강보다 일자리” 비만세 도입 1년만에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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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게들 줄도산… 실업자 늘자 없던일로

“건강도 중요하지만 경제와 일자리가 더 중요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고지방 식품에 비만세를 도입했던 덴마크 정부가 1년 만에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10일 전했다. 설탕이 포함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사민당이 이끄는 중도 좌파 연정은 내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일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덴마크가 세계적인 주목과 기대를 받으면서 야심 차게 시작했던 비만세 부과가 식품 가격과 물가가 오르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전임 우파 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지방 함량이 2.3%를 초과하는 고지방 식품에 대해 포화지방 1kg당 16덴마크크로네(약 3400원)의 비만세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버터 250g을 구매할 때 기존보다 14.1%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했고 올리브유의 가격은 7.1% 인상됐다. 그러자 피자, 우유, 식용유, 고기, 조리식품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덴마크 정부는 비만세를 부과하면서 국민의 지방 섭취량은 10% 감소하고 버터 섭취량은 15% 감소해 비만 인구의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부수적으로 약 15억 덴마크크로네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하는 등 국민 건강을 위해 선도적인 모습을 보인 나라였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비만세 때문에 관련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자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또 비만세를 피해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독일로 식료품 사재기를 하러 가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고지방 식품의 소비가 줄기는커녕 국경지역 도시의 가게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오히려 실업자만 늘어났다.

코펜하겐대는 이날 “비만세 도입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식생활 습관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육류업계는 조만간 정부의 비만세 정책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덴마크 국립보건의약청에 따르면 덴마크인의 47%는 과체중, 13%는 비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데…”라며 비만세 폐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덴마크#비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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