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못 내리는 베이징 택시… 왜?

中 11월 8일 黨대회 앞두고 反中유인물 뿌리지 못하게 “뒷자리 손잡이 떼라” 지시

창문 개폐용 손잡이가 제거된 중국 베이징의 택시. 손님이 차 안에서 불법 유인물을 살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사진 출처 홍콩 밍보

중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두고 택시 손잡이까지 없애기로 했다. 18차 당대회는 중국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절차다.

홍콩 밍(明)보는 베이징(北京) 당국이 최근 택시회사에 택시 뒷자리에서 손님이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수동 손잡이를 모두 없앨 것을 지시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이는 대회 기간에 반체제 인사들이 택시를 타고 톈안먼(天安門) 광장이나 인민대회당 등 이른바 ‘민감 지구’를 지나면서 창문으로 유인물을 뿌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 당국은 전자식 개폐 장치가 달린 택시에 대해서는 민감 지구를 통과할 때 승객이 창문을 내릴 수 없도록 운전사가 스위치를 잠가놓도록 했다.

베이징 택시의 뒷자리에는 아직도 손으로 돌리는 창문 개폐 장치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한 택시 운전사는 “24일 회사에서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손잡이를 떼라고 했다”며 “2008년 올림픽 때도 이런 조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조치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운전사도 있었다.

베이징 시는 이와 별도로 다음 달 1일부터 18일까지 외지 차량의 5환(環) 도로 진입을 차단하는 관리지침을 내렸다. 베이징 교통망은 시내 중심을 기점으로 원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6환이 제일 외곽이다. 당국은 또 위험한 화학약품을 운송하는 차량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4환 이내 진입을 금지했다.

중국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는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인권변호사 등 반체제 세력을 베이징에서 떠나게 하는 등 격리 조치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씨의 미국 망명을 주도했던 후자(胡佳) 씨는 중국 공안이 18차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베이징을 떠나 있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