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몰수 오바마, 90분 내내 롬니 거세게 몰아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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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대선 2차 TV토론


“롬니 주지사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5대 공약을 내세웠지만 오로지 최상위층을 위한 단 한 가지 계획만 있을 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 청중으로 참석한 한 대학생이 “졸업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대뜸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면전에서 공격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뉴욕 주 롱아일랜드의 호프스트라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1차 토론 때의 맥 빠진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오바마는 90분 내내 뜨거운 설전을 벌이며 롬니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롬니가 답변하는 시간에도 수시로 끼어들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1차 토론에서 롬니가 말할 때 연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심지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듯한 인상은 한 번도 찾아볼 수 없었다.

1차 토론 때 오바마를 압도했던 롬니는 이번에도 오바마의 실정을 조목조목 공격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오바마의 ‘대변신’에 가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롬니는 오바마가 자신의 답변 도중에 수시로 끼어들자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데 당신은 나중에 답변 기회가 있잖아”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총 발언 시간도 오바마가 44분 4초로 롬니의 40분 50초에 비해 3분 14초 더 많았다.

CNN은 토론회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이겼다’는 응답이 46%로 롬니의 39%보다 7%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1차 토론회에서는 롬니가 67%로 오바마(25%)를 압도했다. 2차 토론에서 ‘예상보다 잘했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오바마가 73%로 롬니(37%)를 이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를 승자로 롬니를 패자로 보도했다. MSNBC는 “오바마는 작심하고 처음부터 공세로 나왔다”며 “이번에는 오바마가 무대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오바마는 시작부터 끝까지 에너지가 넘치고 공격적인 자세로 롬니를 때렸다”며 오바마의 승리의 원동력은 공격에 있었다고 밝혔다.

“여보, 내가 잘했지?” 16일 미국 대선후보 2차 토론회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위 사진 
오른쪽)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서로 악수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려 부인에게 달려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셸 여사의 뺨에, 롬니 
후보가 앤 여사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있다. 9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청중이 다양한 질문을 하고 후보들이 대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롱아일랜드=AFP 연합뉴스
“여보, 내가 잘했지?” 16일 미국 대선후보 2차 토론회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위 사진 오른쪽)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서로 악수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려 부인에게 달려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셸 여사의 뺨에, 롬니 후보가 앤 여사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있다. 9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청중이 다양한 질문을 하고 후보들이 대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롱아일랜드=AFP 연합뉴스
오바마는 토론 초반부터 공세로 나왔다. 에너지정책을 놓고 충돌했을 때 롬니를 향해 “석유 매장량을 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롬니는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고 맞받는 등 두 후보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오바마는 롬니가 답변하는 중에도 시선을 아래로 두지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뻣뻣이 세웠다.

오바마는 특히 1차 토론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건강보험정책과 이민정책을 거론하며 롬니를 압박했다. 토론회 말미엔 롬니의 아킬레스건인 ‘정부에 기대 사는 47%’ 발언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문제 삼았다. ‘47% 발언’은 오바마가 1차 토론 때 거론하지 않아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혀 왔던 주제다.

토론회 도중 두 후보는 의자에서 수시로 일어나 청중석으로 바짝 다가가 자신의 정책을 설명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격하게 높아지면서 열기가 고조됐고 토론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토론이 끝나자 두 후보는 1차 때와 달리 악수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오바마는 미셸 여사와 포옹했고 롬니는 앤 여사와 키스를 나누고 연단에서 다섯 아들들과 만났다.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 2차 토론은 형식면에서 1차 때와 확연히 달랐다. 연단에 서서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청중으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고 대답했다. 두 후보는 질문자 앞에 바짝 다가가 설득력 있게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먼저 질문을 받은 후보가 2분 동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이어 상대 후보가 2분 동안 토론에 나섰다. 사회자는 보충 토론이 필요하면 시간을 더 주기도 했다. 사회를 본 캔디 크롤리 CNN 수석정치 기자는 토론이 주제에서 벗어난 경우 단호하게 발언을 중지시키는 등 조정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론회 청중으로 초청된 82명은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대 인근 주민 가운데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성향의 주민 중에서 골랐다. 크롤리 기자는 이들로부터 사전에 질문을 받아 최종적으로 15개 질문을 선택했다. 두 후보 캠프는 토론회를 앞두고 어떤 질문이 포함됐는지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크롤리 기자는 끝까지 함구했다는 후문이다.


[채널A 영상] 美 대선 2차 TV토론…오바마, 롬니에 판전승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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