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국가 프랑스도 ‘동성결혼’ 금기 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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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상반기 법제화 추진… 좌파가 의회 장악해 통과될 듯
종교계-보수야당 큰반발 예상

가톨릭 국가 프랑스가 동성 결혼의 금기를 깬다.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은 내년 상반기 동성 간의 결혼과 입양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안을 10월 국무회의에 제출하고 입법 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동성 간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 허용은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75% 슈퍼 과세안’과 함께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좌파가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종교계와 보수 야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토비라 장관은 라크루아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똑같은 조건에서 결혼하고 입양할 수 있으며 같은 권리를 누릴 것”이라며 “동성애자는 혼자든 커플이든 아기를 입양할 수 있고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낳은 아이도 입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비라 장관은 “동성 커플의 생물학적 아이를 만들기 위한 대리모 제도는 법제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에 대한 철학적 인류학적 의미가 중요하지만 평등에 대한 요구와 부딪칠 수는 없다”며 “1884년 이혼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처럼 결혼제도 개혁 역시 사회적 논쟁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격렬한 논쟁이 불가피한 동성 결혼

현재 프랑스에서 동성 커플의 정식 결혼은 불가능하다. 1999년 좌파 정부 때 법으로 만든 ‘동성 결합(PACS·시민연대협약)’ 지위만 인정받고 있다. 동성 결합은 동성 커플이 상속 연금 세금 등에서 이성 부부와 거의 같은 혜택을 누리게 하는 제도. 하지만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우파 정부가 10여 년간 집권하면서 더는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올랑드 대통령이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 허용, 안락사 허용 검토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자 종교계와 우파는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지난달 15일 성모승천일을 맞아 전국에서 동성 결혼과 안락사에 반대하는 미사를 대대적으로 열고 반대 기도문을 낭독했다. 가톨릭계에서는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동성 결혼은 2001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합법화됐다. 유럽에선 벨기에(2003년) 스페인(2005년)이 뒤따랐고 북미 지역에선 캐나다가 2005년, 남미 지역에선 아르헨티나가 2010년 합법화에 나섰다. 현재 세계 10개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동성 결합을 처음 인정한 나라는 덴마크(1989년)다.

○ 영국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


영국에서도 동성 결혼은 뜨거운 논란거리다. 2005년 동성 결합 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 내에서 대립이 거세다. 합법화를 추진하려는 자민당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세력, 이에 반대하는 보수파 및 가톨릭계의 대립이 한창이다.

캐머런 총리는 연정 유지는 물론이고 소수자 인권 확대 차원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그러나 성공회 수장인 로언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가 최근 동성 결혼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도 동성 결혼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고 이 문제에 대한 견해도 다양하다. 과거 민주, 공화당의 대선주자들은 ‘동성 결혼은 이르지만 동성 결합은 지지한다’는 식의 타협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러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공식화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며 맞서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가톨릭#동성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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