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잔치땐 공세 자제’ 미덕 사라진 美대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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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판세 갈수록 초박빙
오바마, 공화全大때 유세… 롬니 “민주全大 두고보자”

2004년 미국 대선(11월 2일)을 3개월 남짓 앞둔 7월 26∼2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거유세를 중단했다. 재선에 도전한 그가 금쪽같은 나흘을 포기하고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들어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그 기간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이다. 상대방인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마찬가지. 공화당 전대 기간인 8월 30일∼9월 2일 오래전 약속돼 있던 시민단체 한 곳에서의 연설을 빼고는 유세를 중단했다.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에 대선 유세를 하지 않는 것은 미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다. 상대 당이 전당대회라는 축제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공세를 자제하고 자리를 비켜주는 예의인 셈이다. 이런 신사협정은 올해 대선에서 철저히 깨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에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유세를 벌이는 맞불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8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케인 ‘아이작’ 때문에 공화당 전당대회가 실제적으로 하루 늦게 시작한 28일부터 이틀 동안 콜로라도 아이오와 버지니아 등 3개 경합 주를 찾았다. 핵심 지지 세력인 젊은층의 표심몰이를 위해 대학가를 순회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28일 아이오와주립대와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각각 6000명과 1만3000명의 학생 청중을 향해 롬니 후보의 경제, 건강보험, 환경, 에너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공화당의 낙태 정책은 미국을 50∼10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최근 토드 아킨 공화당 하원의원이 ‘진짜 성폭행으로는 임신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이후 롬니 후보 진영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낙태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이런 오바마 진영에 뒤질세라 롬니 후보 측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9월 3∼6일 경합 주 방문에 나서겠다고 28일 밝혔다.

양당의 ‘상대방 잔칫집 재 뿌리기’ 행태는 선배들의 미덕을 깨는 ‘예의(protocol) 실종’ 현상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이 초박빙 접전으로 진행되면서 양 진영이 하루라도 캠페인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대 비방에 열을 올리는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치닫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로스 베이커 럿거스대 교수는 “이슈마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 정치권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대선#유세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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