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다고 느끼면 침해’ vs ‘삼성-애플 착각하는 소비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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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소송 배심원 결정사항만 500개

미국 법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1심 심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22일 오전(현지시간)부터 배심원들이 최종 평결을 위한 평의를 시작했다.

배심원들이 평결 내용을 기재해야 하는 '평결양식(Verdict Form)' 최종본은 20쪽 33개 항목에 이른다.

22쪽에 36개 항목이었던 초안에 비해 조금 줄었다지만 그 내용이 여전히 난해하고 방대해 배심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33개 항목에 딸린 기기별 평결을 별도로 계산하면 배심원들이 실제로 평결해야 할 세부 질문 내용은 배상액 규모 산정 등을 포함해 모두 500개에 달한다.

또 이들 질문에 답할 때 기준이 돼야 할 평결 지침 내용도 무려 109쪽이나 돼 21일 루시 고 판사가 지침을 읽어 내려가는 데만 2시간30분이나 소요됐다.

평결양식과 지침을 분석하면 이번 평결의 핵심은 디자인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특허 침해 여부이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의 외관, 혹은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이다.

애플은 디자인과 관련된 배상액을 대당 24달러로 책정한 반면 다른 특허는 대당 2¤3달러 수준이어서 결국 디자인 침해 여부에 따라 배상액이 크게 달라진다.

'바운스 백' 등 기능 특허는 대체기술 등이 이미 나와 있고 설계를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의 주장대로 '사각형에 둥근 가장자리'에 대한 지적 소유권이 인정되면 애플을 제외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현재 출시한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 등 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비슷하다고 느끼면 디자인 침해' vs '소비자가 착각할 정도라야'

디자인 특허침해 부분과 관련해 배심원들에게 제시된 지침에는 "삼성 제품이 애플 제품과 외관상 '상당히 비슷하면(substantially the same)' 특허 침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지침은 '상당히 비슷하다'는 판단의 근거를 "일반 소비자가 제품 구매 때 삼성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해 구매할 수 있을 때"라고 정의했다.

애플은 최후 변론에서 '외관상 상당히 비슷하면 특허 침해'라는 부분을 들어 전반적으로 봤을 때 비슷하다고 느끼면 침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로고를 가리고 일반인에게 보여줬을 때 아이폰으로 착각했다면 특허 침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침에서 '소비자가 구입할 때 착각을 일으켜야 특허 침해'라는 부분을 강조한다.

삼성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해 구매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침해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고를 때 삼성 제품이 애플 제품과 세세한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고 소비자들이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신중하게 제품을 고르기 때문에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에 기능적 이유가 있는지도 쟁점

평결 지침에 따르면 디자인이 어떤 기능 때문에 비슷해졌다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디자인은 기능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디자인할 때 여러 가지 기능을 고려하면 비슷한 모양이 된다고 반박한다.

애플은 아이폰의 사각형 디스플레이와 둥근 모서리는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는 사각 모서리는 주머니에서 넣고 뺄 때 걸릴 수 있고 손에 쥘 때도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둥근 모서리로 처리하게 마련이라고 맞서고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이차적 의미'가 관건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평결에서는 애플 제품이 삼성의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이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확보하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이차적 의미'란 콜라병을 보고 코카콜라를 연상하는 것처럼 제품의 외관만 보고 브랜드나 해당 회사를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이미 언론 등에서 고유의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눈에 봐도 애플 제품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아이폰 등의 사각형의 둥근 모서리 등 디자인은 애플 고유의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TV 제조업체가 사격형의 TV 모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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