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의원 ‘성폭행 막말’ 대선판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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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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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임신 확률 거의 없다” 낙태 반대 발언 일파만파
여성단체 등 강력 반발 속 롬니 “모욕적 언사” 진화 나서

미국 공화당 소속 토드 아킨 연방 하원의원(미주리)이 한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강간이라면 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해 대선과 총선을 코앞에 둔 미국 정가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1월 총선에서 미주리 주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노리는 아킨 의원의 발언에 여성단체와 진보 진영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20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 문제가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 공화당은 총선에서 아킨 의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아킨 의원이 19일 지역 방송인 세인트루이스TV와의 인터뷰에서 ‘강간을 당한 후 임신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그는 “내가 의사에게서 들은 얘기”라며 “진짜 강간(legitimate rape)을 당한 여성은 체내에서 임신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닫으려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강간으로 임신했다 하더라도 강간한 사람을 벌줘야지 (임신된) 아이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간으로 인한 임신에 대해서도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총선에서 아킨 의원과 미주리 주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맞붙을 민주당 클레어 매캐스틸 상원의원(미주리)은 즉각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미주리 주 상원의원 자리는 이번 총선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으로 공화당은 아킨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점쳐 왔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선 “한 의석보다 전체 선거가 더욱 중요하다”는 논리로 아킨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존 코닌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NRSC) 의장도 “그가 선거 레이스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원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려는 당의 희망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아킨 의원이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도록 돕기 위해 당이 자금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도 20일 ‘내셔널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아킨 의원의 발언은 모욕적이고 용납할 수 없으며 잘못된 것”이라며 “나는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며 그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파문이 커지자 아킨 의원은 20일 “지난 주말 나는 실수를 했다”며 “잘못된 방식으로 잘못된 단어를 사용했다. 강간으로 임신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말한 것은 잘못 추측한 것이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 출마를 포기하라는 당 안팎의 압박에 대해선 “미주리의 선량한 주민들이 나를 지명했기 때문에 중도에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의 은총으로 우리는 선거에서 이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공화의원#성폭행 막말#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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