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 자국 은행들 이란 돈 공급 알고도 묵인

  • 동아일보

이라크 금융기관들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이란이 달러를 확보하도록 도와 온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현직 관료 및 이라크 금융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18일 이같이 보도했다.

NYT는 지난달 31일 미국이 이란과의 거래로 제재 대상에 올린 이라크 엘라프이슬람 은행을 언급하며 “엘라프이슬람 은행은 이란 은행들을 대신해 자금을 공급한 이라크 금융기관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란 금융기관들은 이라크 중개인을 통해 최소 4개 이상의 이라크 상업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이라크 정부가 자국 금융기관들의 이 같은 행위를 모르는 척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익을 취한 관리들도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도 연계돼 있다고 폭로했다. 엘라프이슬람 은행이 아직도 이라크 중앙은행의 통화 일일거래에 참여해 달러를 사들이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NYT는 미 행정부가 지난달 이 같은 사실을 알았지만 미군 철수 뒤 불안정한 이라크 정세를 감안해 공개하기를 꺼렸다고 전했다. 그 대신 미 정부는 이라크 관리들을 개인적으로 접촉해 이란과의 금융 및 군수품 거래와 관련된 불만을 전달했다. 최근 미국이 시리아로 물자를 수송하는 이란 비행기가 이라크 영해를 이용한 것에 항의해 이란이 항로를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이라크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이란과 정치경제적 유대를 강화해 왔다. 특히 무역도 급속도로 증가해 연간 11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알리 알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라크는 어떤 룰(국제 제재 원칙)도 깰 생각이 없지만 이란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라크#이란#은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