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롬니 보좌관 집 부엌서 극비 면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美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선발 ‘4개월 007작전’

“마치 007 영화 같았다.”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는 12일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 선발에 4개월이 걸렸다”며 “그동안 보안 유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롬니 후보는 이날 라이언 후보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 나서면서 수행기자들에게 부통령 후보 선발과 관련한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부통령 선발 과정은 4월 10일 릭 샌토럼 후보가 경선 포기를 선언한 뒤 곧바로 시작됐다. 롬니의 여성 보좌관 베스 마이어가 지휘하는 부통령선발위원회는 4월 말 1차 후보군 20명을 선발했다.

5월 1일 롬니 후보는 라이언을 포함한 2차 후보군 6명을 고른 뒤 후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산, 세금 납부, 개인 신상 정보 등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6, 7월에 후보들의 배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 롬니는 7월 25일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최종 선택 작업을 벌였다.

8월 1일 귀국한 롬니는 측근들에게 라이언을 선택했다고 알렸다. ‘무난한’ 팀 폴런티를 밀었던 측근들은 강경 보수파 라이언이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렸다. 하지만 롬니는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은 내가 선택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롬니 진영은 위스콘신 제인즈빌에 있는 라이언에게 전화를 걸어 5일 최종 대면 면접을 위해 매사추세츠로 오라고 요청하며 언론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라이언은 5일 선글라스에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코네티컷행 비행기에 올랐다. 코네티컷 하트퍼드 공항에 내려 대기하고 있던 자동차로 갈아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보좌관 마이어의 집으로 향했다. 면접 장소는 마이어의 집 부엌 식탁 테이블이었다. 롬니와 마주 앉은 라이언은 1시간의 성공적인 면접을 치렀다.

부통령 후보 발표는 10일 뉴햄프셔에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라이언의 지역구에서 발생했던 시크 사원 총격사건의 장례식이 이날 열려 하루 뒤 롬니의 버지니아 유세로 연기됐다. 이때부터 벌써 부통령 후보로 유력해진 라이언의 집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라이언은 10일 집 뒤쪽의 숲길 비밀통로를 따라 비행장으로 가서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했다. 버지니아로 곧장 가지 않은 것은 보안 유지 및 연설 준비 차원에서였다. 라이언은 이튿날 버지니아 노퍽 해군기지에서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딴 전함 위스콘신함 앞의 단상에 올랐다. 4개월에 걸친 부통령 선발 과정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롬니와 라이언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지출 감축, 세금 인하, 낙태 반대 등 전반적으로 시각이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갈라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라이언#극비 면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