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결국 구제금융 가나… 유럽언론 “총리 검토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그리스 추가대출 긍정 검토… 슬로베니아도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4위의 경제대국 스페인이 유럽연합(EU) 등에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유럽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먼저 지켜본 뒤 스페인 국민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레제코 등은 이를 두고 스페인이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앞서 은행 지원을 위해 1000억 유로(약 138조40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EU에 신청했다.

라호이 총리의 발언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3일 통화정책회의 뒤 ECB가 수주 내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바로 매입하는 구상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한 뒤에 나온 것이다.

스페인 정부 소식통들은 최근 루이스 데 긴도스 재무장관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만나 3000억 유로 규모의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보도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이를 부인했다. 경제 전문가 대부분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의 리카르도 산토스 이코노미스트는 “라호이 총리의 발언은 금융권 부실이 아닌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전면적인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ECB의 다음 통화정책회의까지 스페인이 지금의 고금리를 버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ECB의 통화정책회의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열리는 9월이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10월 290억 유로의 국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그 전까지 적어도 160억 유로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라호이 총리는 국제사회를 겨냥해 “긴축 재정을 더 확대해 2014년까지 정부 예산 1021억 유로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스페인은 최근 정부 재정 650억 유로 절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CB는 ‘임시부채 긴급발행 한도’를 기존 30억 유로에서 70억 유로로 높여 달라는 그리스 중앙은행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독일 디벨트지가 4일 보도했다. 이 경우 그리스는 20일 만기가 되는 31억 유로의 ECB 채권을 막을 수 있고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9월 구제금융 지급분을 결정할 때까지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일 유로존 회원국인 슬로베니아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S&P는 또 방카 포폴라레 등 이탈리아 15개 중소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무디스도 2일 슬로베니아의 등급을 종전의 ‘A2’에서 ‘Baa2’로 내렸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슬로베니아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외부 원조 필요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스페인#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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