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신고용 문화를 대표하는 전자기기 제조업체 샤프가 실적 악화에 굴복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감원을 결정했다.
교도통신은 “샤프가 국내외 전 직원의 9%인 5000명을 구조조정한다”고 2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샤프는 2012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명예퇴직 등의 절차를 거쳐 인원을 줄이기로 했으며 감원 규모를 3000명으로 잡았지만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5000명으로 늘렸다.꼭 100년 전인 1912년 설립된 샤프는 1969년 세계 최초의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내놓고 TV 수출로 사업을 확대하며 세계 30여 개 나라에 지사를 세웠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업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뒤처졌다.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도입으로 LCD 산업 경기가 전반적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의 대규모 감원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2001년 가전 경기 침체 때도 고용 유지 사훈에 따라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미 군정기 불황 때도 경영진의 의지로 금융권의 정리해고 압박을 버텨냈다. 그러나 최근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100년 전통의 종신고용 포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샤프는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3760억 엔(약 5조420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2 회계연도 1분기(4∼6월)에도 1000억 엔(약 1조4400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동일본 대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 외부 악재가 잇따른 데다 고질적 엔고 현상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소니와 공동 출자해 벌인 LCD 패널 제조사업이 3월 실패로 끝나버린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샤프는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는 한편 임원 보수 삭감 폭도 당초 예정했던 10∼30%에서 20∼50%로 늘렸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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