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고개숙인 오바마-롬니, 총기규제엔 “…”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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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콜로라도 극장 참사 이후 소유금지 주장 다시 힘 얻어
국민 여론, 규제 반대가 많아… 대선 앞둔 정치권 침묵 일관

미국에서 매년 총기난사로 수십 명씩 희생됨에도 총기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규제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규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에도 총기 소유 금지 목소리는 크다.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20일 올 대선 양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구체적인 총기 규제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총기 규제 지지 단체들도 총기 소유를 금지하거나 어렵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콜로라도 참사로 양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총기 규제 정책을 내놓거나 의회와 행정부가 관련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이 이런 분석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 문제는 ‘손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 될 정도로 ‘기피 이슈 1순위’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총기 소유에 우호적인 여론과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규제 반대 단체의 막강한 로비 때문에 미국 정치권이 총기 규제 추진을 기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인의 뿌리 깊은 반대 심리도 한몫한다. 미국은 ‘총기 소유 권리(right to bear arms)’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다. 수정헌법 2조는 “질서 정연한 민병(民兵)은 자유 주(州)의 안전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 초 강력 범죄가 늘자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10년 기한 만료를 조건으로 호신용이 아닌 공격용 총기의 소유를 금지하는 연방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반발 여론이 거셌고 법안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그해 중간선거에서 크게 패했다.

NRA에 따르면 미국 총가구의 32%가 총기를 소유하고 있고 총기 규제 찬성 여론은 1990년대 초 78%에서 2010년 43%로 크게 하락했다. 총기 규제를 정당화하는 강력 범죄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이고 총기 소유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유럽에서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규제 반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NRA 등 총기 규제 반대 단체들은 총기 소유 제한을 주장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적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NRA의 로비 활동은 버지니아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총기 소유 지지자들이 많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총기 규제 반대 활동에 매년 2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는 NRA의 로비력은 연 500만 달러의 자금력을 가진 미국 최대 총기 규제 단체 BCPG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론과 이익단체의 로비는 양당 대선 후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전 총기 규제 연방법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선 후 총기 규제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롬니 후보 역시 공화당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총기 면허료를 인상하고 총기 구입자에 대한 배경조사를 강화하는 등 총기 규제에 적극 나섰지만 대선 출마 과정에서 총기 소유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미국#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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