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노조연맹인 영국노동조합회의(TUC)가 1868년 창설 후 144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을 위원장으로 뽑았다고 더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내년부터 노조원 650만 명의 TUC를 이끌어갈 중책을 맡은 주인공은 프랜시스 오그래디(53) TUC 부위원장. 그는 9월 TUC 총회에서 차기 위원장으로 공식 지명된다.
오그래디는 영국이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의 긴축 정책과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유로존 위기의 파장까지 겹친 매우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노동계 수장을 맡게 됐다. 그런 만큼 정부의 긴축 정책과 연금 축소에 반발하는 노동계의 불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집해 노동운동을 이끌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그래디 부위원장은 이날 "대단한 영광"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노조 운동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혀 효과가 없는 매서운 긴축정책 때문에 근로자들은 자신을 위해 대신 말을 해줄 TUC를 너무나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부터 TUC를 지휘해온 브렌던 바버 위원장의 후임이다. 맨체스터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미들섹스폴리테크닉에서도 노조 분야를 공부한 그는 바버 위원장처럼 온건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 번 결심한 일은 어떤 반대를 무릅쓰고도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그래디는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남성 중심의 진부하고 높은 울타리를 가진' 조직으로 평가 받아온 TUC에 여성 조직원을 늘리고, 다양한 단체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여는 등 연맹 개혁에 공로가 크다고 영국 언론이 평가했다.
영국 노동당의 모태인 TUC는 주 8시간 근무제 확립 등 여러 투쟁을 이끌며 세계 노동조합운동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1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별 노조를 대표하며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세력이 약화됐다. 대처 정권이 시작된 1979년 1200만 명이던 회원은 1989년 800만 명으로 줄었다. 현재 조합원은 약 650만 명이고, 절반이 여성이다. 노동당 총리나 당수가 TUC 연례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여전히 그 정치적 위상이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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