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현장 ‘세계유산’ 등록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7일 03시 00분


조선인 피눈물 서린 미쓰비시 조선소 ‘근대화 현장’ 미화
3일 도쿄서 첫 전문가회의

일본이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노동을 시킨 미쓰비시(三菱)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기 위해 공식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일본은 ‘압축적인 산업 근대화를 이룬 역사적 현장’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에서 보면 선조들의 피눈물이 서린 곳이다.

6일 ‘규슈 야마구치 근대화 산업유산군’ 세계유산등록 추진협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이달 3일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세계유산 관련 전문가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처럼 가동 중인 공장을 산업분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회의다.

구도 노리카즈(工藤敎和) 게이오대 명예교수와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郞) 전 유네스코 사무국장, 히에다 히사시(日枝久) 후지TV 회장 등 22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들은 내년 가을까지 후보를 압축해 2015년 여름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력 후보로는 미쓰비시 조선소(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와 신일본제철 야하타(八幡) 제철소(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 미이케(三池) 항(후쿠오카 현 오무타 시), 하시마(端島·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 섬 등이 꼽힌다.

일본은 규슈·야마구치 지역에 있는 조선소나 제철소 탄광 항구 등이 일본 근대화의 기초를 닦았다고 자랑하지만 침략을 당한 주변국에는 의미가 다르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중에 조선인을 대거 미쓰비시 조선소에 끌고 가 군함을 만들게 했다. 1945년 8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이곳에 끌려와 일하던 조선인 4700명 중 상당수가 숨졌다.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의 하시마 섬은 가혹한 노동으로 조선인을 혹사하던 해저 탄광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일본은 섬 전체에 콘크리트 요새를 지으면서 조선인, 중국인 노동자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섬 주변을 콘크리트 절벽으로 둘러쌌다. 노동자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하 숙소에서 죽어간 곳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쓰비시 조선소#세계유산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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