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의 수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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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佛대선 당시 불법자금 받은 혐의
캐나다 여행 떠난새 자택 압수수색당해

프랑스 법원이 3일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사진)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유럽 최고의 여성 부호인 로레알 그룹의 대주주 릴리안 베탕쿠르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때문이다.

베탕쿠르 스캔들 수사를 맡고 있는 장미셸 장티 예심치안판사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사르코지와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살고 있는 파리의 부촌 16구의 집에 판사 2명, 법원 서기 1명, 금융수사대 소속 경찰 9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사르코지의 집 안에 들어간 장티 판사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캐나다의 사업가 친구를 만난다며 전날 휴가를 떠난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국제전화를 한 것. 이어 “지금 당신의 집을 압수수색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이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5월 6일 대선 패배 이후 정계를 떠났다. 지난달 15일 면책특권도 만료됐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보수 진영으로부터 정치 복귀를 요구받을 정도로 지지도와 세력이 탄탄한 우파 최고의 거물이다. 게다가 이 사건은 이미 논란이 불거진 지 2년이 지났고 자금흐름을 쫓던 검찰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이 검찰과 계급장을 뗀 사르코지의 마지막 정면승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압수수색은 파리 8구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개인사무실, 그가 소속된 17구 소재 법무법인에 대해서도 이뤄졌다. 이들 3곳에서는 특별한 압수물이 없었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경비원 집에서 2007년 일정이 적힌 수첩을 찾았다고 언론이 전했다. 이 수첩 중 일부는 사르코지 측이 당시의 행적을 보여주기 위해 이미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장티 판사는 2007년 2∼4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베탕쿠르 씨를 3번 이상 만났고 약 95만 유로(약 14억3000만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베탕쿠르의 전 회계책임자는 그해 2월 사르코지 대선 캠프의 자금총책이던 에리크 뵈르트 전 노동장관에게 현금 15만 유로를 줬다고 말했다. 또 베탕쿠르 부부가 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각각 40만 유로씩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르코지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40만 유로는 같은 해 4월 27일 사르코지가 직접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베탕쿠르의 절친한 친구인 프랑수아 마리 바니에 씨의 일기에서 “사르코지가 또 선거자금을 달라고 해서 베탕쿠르 씨가 ‘알았다’고 답했다고 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하지만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전 2월 24일 베탕쿠르 씨 집에서 단 한 번 20여 분 정도 밖에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역구민으로 친해진 베탕쿠르 씨 집에 인사차 들렀다는 것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사르코지#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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