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돈 대신 골로 갚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일 03시 00분


유로축구 伊 4-0 완파 우승
유로→월드컵→유로 첫 3연패
팬들 “경제시름 날렸다” 환호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62)은 프랑스와의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8강전을 앞두고 “축구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 국가가 위기일 때 축구에서 패배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31·레알 마드리드)는 4강에서 포르투갈을 승부차기 끝에 4-2로 꺾은 뒤 “축구는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스페인 국민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그 역할을 해 기쁘다”고 말했다.

스페인이 2일 열린 유로 2012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완파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 몰린 팬들은 물론이고 스페인 전역의 국민들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스페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유니폼을 대표하는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온몸에 페인팅한 팬들이 스페인 거리거리에 쏟아져 “우리는 챔피언”을 외쳤다. 스페인 대표팀은 이날 우승으로 약 3050만 유로(약 440억 원)의 상금을 획득하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로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기쁨을 준 게 최대 효과다.

스페인은 세계 축구사를 새로 썼다. 유로 2008 챔피언 스페인은 역대 최초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통산 세 번째(1964년 포함) 정상에 올라 독일과 함께 통산 최다 우승 팀이 됐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을 합쳐 사상 처음 메이저 대회를 3회 연속 제패한 유럽 팀이 됐다.

스페인이 표방한 ‘점유율 축구’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테크닉 좋은 선수들이 짧은 패스로 상대를 압도해 주도권을 잡는 축구. 스페인은 미드필드와 수비라인, 공격라인에서도 계속되는 점유율 축구로 세계축구를 호령하고 있다. 델보스케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 그라운드 전역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점유율 축구’, A매치 100승을 향한 카시야스의 열정. 유로존 편입으로 은행들이 독일과 프랑스로부터 돈을 빌려 무분별하게 대출해 줌으로써 생긴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야기된 경제 위기의 탈출 과제를 안은 스페인 정부가 배워야 할 게 ‘스페인 축구’에 다 있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스페인#유로#유로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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