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살인 폭풍’ 美심장부 강타… 13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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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동부 4개州 “비상사태” 시속 120km 강풍 -벼락 동반
300만 가구 정전… 폭염 겹쳐

미국 워싱턴과 동북부 4개 주에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갑자기 폭풍이 몰아닥쳐 13명이 사망하고 300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워싱턴과 버지니아, 메릴랜드,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등 4개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후속 폭풍이 예고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13명 목숨 잃고 정전 피해 등 잇달아

미 동부 일대에는 이날 밤 강풍, 번개, 폭우를 동반한 시속 112∼128km(70∼80마일)의 폭풍이 몰아쳤다. 버지니아에서 6명, 뉴저지 2명, 메릴랜드 2명, 오하이오 켄터키 워싱턴 각각 1명 등 총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 사는 한 90대 할머니는 29일 밤 집에서 자던 중에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며 집을 덮쳐 목숨을 잃었다. 스프링필드에 사는 한 남성은 운전을 하던 중에 강풍을 견디지 못한 나무가 차량을 덮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숨졌다.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기통신 선을 건드려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9일 밤 워싱턴 인근의 버지니아 주에선 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갑작스레 불어 닥치면서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주민들은 칠흑같이 깜깜한 밤에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날 오후 9시 무렵 대부분 가구가 정전됐고 전화도 불통이었다. 911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출동하는 소리가 잇따랐지만 피해 가구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폭풍이 지나간 30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 폴스처치의 아이들리우드 로드는 전날 밤 불어 닥친 폭풍으로 큰 나무가 도로를 덮쳐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 피해 규모 커 복구 작업 지연

전문가들은 이번 폭풍으로 허리케인에 버금가는 피해가 발생했으며 전기통신 시설 복구에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피해지역 주지사 및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과 통화를 하며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피해가 가장 심한 웨스트버지니아를 비상재난 구조지역으로 선포했다.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말이 겹쳐 지원 인력이 부족한 데다 워낙 피해 규모가 커서 오하이오 80만, 웨스트버지니아 50만, 워싱턴 40만 가구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워싱턴 지하철 일부 구간은 운행이 중단됐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풍이 먼 거리를 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드레초(derecho)’의 한 형태로 미국 중서부에서 시작돼 애팔래치아산맥을 넘으면서 동남부에서 유입된 고기압과 합쳐져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 폭풍에 이은 폭염과의 싸움

이번 폭풍은 피해 지역의 낮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등 폭염 직후에 예고 없이 발생한 것이어서 주민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29일 워싱턴 로널드레이건 공항에서 측정한 낮 최고 기온은 화씨 104도(섭씨 40도)로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였다. 체감온도는 화씨 112도(섭씨 44.4도)에 이르렀다.

폭염이 찾아온 30일 버지니아 주민들은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형 쇼핑몰인 ‘타이슨스 코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밤에도 정전이 이어지면서 에이컨 가동이 되지 않자 냉방이 되는 호텔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기상당국은 폭풍이 2일까지 몇 차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워싱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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