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끌고나와 탱크 앞에 앉혀놓고…“쏠테면 쏴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시리아軍, 반군 공격에 ‘어린이 방패’ …유엔 “최악 반인륜 범죄” 보고서
“탱크에 아이들 앉혀 포격 막아… 담뱃불로 지지고 전기고문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동아일보 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동아일보 DB
시리아에서 8∼13세의 어린이들이 고문, 살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군에게 ‘인간방패’로 이용되고 있다고 유엔이 밝혔다.

유엔은 12일 피해 어린이와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시리아 정부군이 어린이들을 고문, 살해하고 반군의 포격을 피하기 위한 인간방패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어린이와 무력분쟁’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유엔 특별대표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아이들의 증언이 있었고 고문으로 인한 흉터가 남은 아이들을 직접 봤다. 몇몇 아이로부터는 정부군이 탱크가 포격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탱크 위에 앉혀 인간방패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고 심지어 공격 목표가 됐던 어떤 분쟁에서도 이 같은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BBC는 시리아가 최악의 어린이 상대 범죄 발생국가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유엔 보고서는 구체적인 사례로 3월 9일 정부군에 공격당한 시리아 서북부 이들리브 지역의 아인라루즈 마을의 참상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정부군의 공격에 앞서 군인들과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가 주택에서 아이들을 끌어낸 뒤 군인들이 탄 차량의 유리창 앞쪽에 앉혔다고 밝혔다. 정부군이 마을로 진입할 때 반군이 포격하지 못하도록 아이들을 방패로 삼은 것이다. 또 군인들이 눈가리개를 한 아이들을 담뱃불로 지지고 전깃줄로 채찍질했으며 전기고문까지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유엔은 시리아 정부와 샤비하를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분쟁지역의 정부와 무장단체 등을 규정한 유엔의 ‘수치스러운 명단’에 포함시켰다. 인권단체들은 15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유혈사태로 약 1200명의 어린이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자유시리아군 등 반군단체가 소년병을 모집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1일 “정부군이 박격포, 탱크,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홈스 북부의 반군 근거지 등을 공격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은 시리아 서북부 라타키아 지역의 하파 마을에서 새로운 대량학살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리아 정부가 (민간인 대량학살이라는) ‘새롭고 끔찍한 전략’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영국은 “시리아 정부군의 고의적인 군사전략이 1990년대의 끔찍했던 발칸 내전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무력 개입 방안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리아#반군#어린이 방패#반인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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