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장난전화는 납세자 주머니 터는 일”… 美-英 징역형-배상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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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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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탕 출동’ 경찰력 낭비 막으려 주요국들 민형사상 엄중 처벌

《112와 119 등 긴급전화에 거짓신고를 하는 ‘양치기 시민’을 솜방망이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막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있다. 거짓신고 때문에 긴급출동 태세에 차질이 생기면타인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허탕 출동’으로 경찰력을 낭비하게 하는 건 납세자의 혈세를 훔치는 행위로 간주해 벌금도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일부 국가에선 거짓신고자를 끝까지 추적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미국은 경찰 소방 통합신고 전화인 911에 허위신고를 하면 공권력이 동원된 정도를 4단계로 나눠 징역 1∼3년형 또는 100∼2만5000달러(약 28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처벌 강도와 벌금 액수는 주별로 다소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미국 테네시 주의 한 50대 여성이 911에 ‘햄버거가 맛이 없다’며 두 차례 장난전화를 하자 경찰이 즉각 체포해 5일간 구류를 살게 하기도 했다.

미국은 긴급하지 않은 출동 요청은 서비스를 유료화해 장난신고를 사전에 차단하기도 한다. 예컨대 911에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신고를 하면 출동과 동시에 상당한 비용이 청구된다. 911 대원 출동으로 위급 상황에 놓인 시민들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해 신청자에게 ‘기회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은 긴급신고 전화 999에 거짓신고를 하면 5000파운드(약 9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거나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인력과 장비가 대규모로 동원된 사건이 허위신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면 소요된 비용을 산출해 거짓신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있다. 모든 신고전화는 자동 녹음된다. 거짓신고일 경우 전화 발신지와 통화 음성을 분석해 신고자를 반드시 찾아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호주 역시 긴급전화(000) 허위신고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싱가포르(999)는 2만 달러(약 18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장난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아르헨티나는 2006년 관련법을 강화해 벌금 4000페소(약 160만 원)를 물리거나 구류 30일의 처벌을 내리고 있다.

한국은 폭발물 설치 등 악의적인 허위신고가 늘자 2007년부터 거짓신고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혐의를 적용해 형사입건을 한 경우는 전체 허위신고의 0.5%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은 즉결심판에 회부돼 1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5년 새 112 신고건수가 60%가량 늘었는데도 경찰 인력은 1.6% 증가에 그치고 있어 업무량이 많은 상태”라며 “신고접수 업무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거짓신고는 112 요원들의 주의력과 사기가 떨어뜨리는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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